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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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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화충상제(和衷相濟) - 속 마음을 합하여 서로 일을 이루어 나간다

  • 기사입력 : 2008-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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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즈음은 개인의 인권을 중시하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나름대로 대접을 받고 살아 가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그만 손해나 수치스러운 일도 참거나 양보하지 못하고 분쟁을 일으켜 이겨야만 직성이 풀린다.

    학생들 대부분은 집에서 한두 명밖에 없는 귀한 자녀이기 때문에 그들이 집에서 요구하는 것은 부모들이 다 들어준다. 그래서 학교에 와서도 이 버릇을 그대로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통제가 되지 않는다. 교사가 조금만 야단을 쳐도 울거나 집으로 전화를 해서 부모에게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러면 일부 지각없는 부모들은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을 나무라지 않고 당장 학교로 찾아와서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행패를 부린다.

    이런 학생들이 자라서 사회로 나가 구성원이 되면, 그 사회는 질서가 있을 수가 없다. 자기의 인격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남의 인격은 보호해 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건전한 사회가 될 수 있겠는가?

    어린 학생들만 남을 배려하는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도 처신을 올바르게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근한 예로 현직 고교 교사로서 대학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발표를 하는데, 지도교수가 몇 마디 지적을 하자 울고 나가서는 그 길로 대학원을 그만두고 학교에 발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싸우고 시민단체가 자기들의 이익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단체로 변해가는 것이 다 자기 주장만 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고 남의 말은 듣지 않고 남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의(禮儀)라는 것은 번거롭고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후대에 와서 예의가 귀찮은 것으로 되어 버렸지만, 그 근본정신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서로가 지켜야 할 규정인 것이다. 마치 교통법규와 같다. 사람마다 자기 멋대로 차를 몰면서 빨리 가야 한다고 교통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면, 빨리 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남의 생명을 상하게 만들고 자기 생명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이른바 민주화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15년 동안 개인의 인권이 많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신적 물질적 손실도 아주 컸다. 이제 독재라든지 압박 같은 것은 거의 없어지게 되었다. 자기 주장을 하던 시대에서 어느 정도 개인의 인격이 보장되고 있으니, 서로 아량을 베풀면서 양보하여 인정미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하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를 위하는 길인가? 무엇이 진정으로 인류를 위하는 길인가? 등등을 생각하면서 서로 진실로 마음을 합쳐서 일이 잘되어 나가도록 해야겠다.

    투쟁이 아니라 화합(和合)만이 진정으로 자기를 위하고 남을 위하는 길이다.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는 살 수가 없게 되어 있다. 하늘에 맞추고 땅에 맞추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자기 자신의 마음과도 맞추어야 한다. 봄이면 봄에 맞게 살아야 하고 낮이면 낮에 맞게 사는 것이 하늘에 맞추는 것이다. 더운 지방에서는 더운 지방에 맞게, 산촌에서는 산촌에 맞게 사는 것이 땅에 맞추는 것이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기술자면 기술자답게 사는 것이 다른 사람에 맞추는 길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면 활동적으로 살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면 조용하게 사는 것이 자기에게 맞추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아래 어금니가 있어도 받쳐주는 위 어금니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게 되어 있다. 가식적인 화합이 아닌 속마음으로 화합할 때 우리 사회나 나라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화 : 화합할 화. * 衷 : 속 충. * 相 : 서로 상.

    * 濟 : 건널 제. 이룰 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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