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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9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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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자원봉사 손길에 감사드립니다”

/ 대전일보에서 경남도민에게 보내온 편지 /

  • 기사입력 : 2008-01-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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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의 어머니는 오늘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계신답니다. 시커먼 기름덩이들이 덕지덕지 붙은 갯바위를 보면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기 때문입니다. 어부의 딸로 태어나, 어부의 아내가 되어 80평생을 섬마을에서 보내신 어머니는 바다가 전부입니다. 갯것을 채취해 7남매를 육지로 유학을 보낸 어머니는 태안에서 유출된 기름덩이가 섬으로 몰려들자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어머니가 살고 계신 보령의 섬마을 녹도의 갯바위는 천혜의 어장입니다. 해삼과 전복 양식장이 널려 있고, 김과 미역 등 해조류도 풍부합니다. 그런 녹도의 바다가 기름에 절어 있으니 어머니의 가슴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육지쪽은 방제작업이 거의 완료됐다고 하지만 섬마을은 여전히 일손이 부족합니다. 이장 아저씨와 몇몇 젊은이들의 바지런함만으론 역부족입니다. 험한 갯바위엔 접근조차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며칠전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1시간 넘는 뱃길에도 불구하고 하루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섬마을을 찾아 방제작업을 벌인답니다. 해병대 아저씨들도 며칠째 주둔을 하면서 기름덩이를 제거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섬마을의 기름덩이를 모두 걷어내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본격적인 방제작업이 이제 막 시작됐고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한데다 지형도 험하기 때문입니다. 또 언제까지 외부의 도움의 손길이 지속될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섬마을이 생긴 이래 자원봉사자들이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편으론 놀라면서도 우리 사회가 메마르지 않았다는 생각에 섬사람들의 눈시울은 촉촉히 젖어옵니다. 망연히 바다만 바라보던 섬사람들에겐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에만 맡기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을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도 새롭습니다.

    이제 태안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그 한 달은 절망이었고, 한편으론 희망이었습니다. 그 희망의 빛은 모진 겨울바람 속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따뜻한 가슴이 검은 재앙의 바다를 다시 생명력을 가진 건강한 바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원사를 통해 대전일보와 섬마을 녹도 사람들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시헌(대전일보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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