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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겸용병포(兼容幷包)

  • 기사입력 : 2008-01-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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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용병포 - 모든 것을 아울러 함께 다 포용한다

    “참새가 작아도 오장육부(五臟六腑)는 다 있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가족이 많은 가정이나 적은 가정이나 할 것 없이 있어야 할 살림살이는 다 갖추어야 한다. 외국에서 혼자 살면 처음에는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쟁반 하나, 수저 한 벌만 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하나 하나 사다 보면 돌아갈 때쯤 되면, 결국은 다 사고 만다고 한다. 평소에 자기가 쓰던 물건이 하나도 곁에 없으니, 생활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편안하다. 신경 건드리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선을 전후해서 국내에 잠시 있었는데, 매일 벌어지는 정치적 공방을 보고서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얼마나 안정되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대통령후보 상호간에 아량(雅量)이나 겸양(謙讓)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25일 북경(北京)으로 돌아온 이후로, 우리나라 소식을 거의 접하지 못하니,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틀 후인 27일 아침 뉴스부터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의 특검(特檢)을 국무회의에서 통과하여 대통령이 재가했다’라는 소식을 중국 중앙방송에서 아침 7시 뉴스부터 거의 시간마다 방송했다.

    “국내 정치상황이 다시 조용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대통령선거에서 거의 50%에 달하는 지지로 당선된 당선인이다. 심지어 “BBK설립했다”는 발언이 담긴 비디오까지 배포된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반수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설령 의혹을 받는다 해도 가장 국가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국민들은 그의 능력을 보고 혹 있을지도 모를 그의 허물에 대해서 관용(寬容)을 베푼 것이다.

    북경대학(北京大學)을 설립한 지 15년쯤 되어 학교가 점점 형편없게 되어갔다. 그때 국가에서 채원배(蔡元培)라는 인물을 북경대학의 총장으로 임명하여 보냈다. 이 분이 학교를 맡아 북경대학을 중흥시켰다. 지금 북경대학 교정에 유일하게 동상이 서 있는 전직 총장이다.

    그때 중국은 근대 교육을 갓 시작했기 때문에 체제가 잡혀 있지 않았고, 북경대학 교수들은 출신이 갖가지인데다가 직장생활이란 것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각이 각양각색이고 행동도 자기 멋대로 하였다. 그리고 주장하는 것도 너무나 엉뚱하였다. 예를 들면 “청나라 황제제도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고홍명(辜鴻銘), 황간(黃侃), 공산주의자로 지하운동을 벌이고 있던 이대교(李大釗),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서양학문을 전파하기에 열을 올리는 호적(胡適), 독학으로 교수가 된 양수명(梁漱溟) 등등이 있었다. 심지어 서로간에 “저런 작자는 교수라 할 수 없으니 쫓아내야 한다”고 총장에게 건의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채원배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두루 포용하여 자유로운 학문적 분위기를 이룩하였다. 만약 총장이 한쪽 편을 들어 상대편에 압박을 가하거나 몰아내거나 했다면 북경대학의 학문경항은 아주 편협한 쪽으로 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9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총장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남의 장점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나 다 필요하다. 특히 지도자가 된 사람은 전체를 두루 포용해야지 한쪽 말만 들으면 안 된다. 대통령은 자기가 속한 정당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서는 안 되고 국가 전체를 보는 입장에서 일을 판단해야 한다.

    (* 兼 : 겸할 겸. * 容 : 얼굴 용, 받아들일 용.

    * 幷 : 아우를 병. * 包 : 쌀 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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