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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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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라르고에서 프레스토까지

  • 기사입력 : 2007-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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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곡을 연주하려고 할 때 빨리 해야 되느냐 아니면 느리게 해야 되느냐 하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작곡자가 표시한 약속 기호가 있다. 그런데 아무리 작곡자가 속도의 기호를 표시해 놓았어도 사람의 능력과 개성에 따라 거기에 못 미치거나 지나치게 빠르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하여, 속도를 지시하는 기계가 만들어졌는데 이 기계의 이름을 메트로놈(metronome)이라고 한다.

    메트로놈에는 제일 윗머리에 라르고(Largo) 라는 글이 있고 제일 아래에 프레스토(Presto)라는 글이 있다. 라르고는 아주 느리고 넓게, 프레스토는 아주 빠르게이다. 중간에는 적당히 또는 보통으로 하라, 혹은 조금 빨리 하라는 등의 몇 가지 기호가 있다. 이 기호를 잘 맞춰가야 안정된 속도로 자유롭게 연주할 수 있다.

    필자는 오랫동안 피아노를 가르쳤다. 어떤 곡을 선택하여 가르칠 때마다 처음에는 천천히, 또는 아주 느리게를 강조하며 연습을 시킨다. 그러면 학생은 갑갑하다고 불평을 하며, 내가 있을 때는 천천히 하다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제 맘대로 빠르게 내달리며 연습을 한다. 그것을 보게 되면 “좋은 연주를 하려면 90번 느리게, 10번은 차츰차츰 빠르게 연습을 하되 자신의 곡이 될 때까지 수백 번 연습하라”고 강조하곤 한다.

    작곡자가 이 곡은 이런 속도로 가라고 지시한 것처럼 우리 인간도 창조주가 정해 준 삶의 속도가 있다.

    그런데 왠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바쁘다. 오늘 살다 내일 꼭 죽을 사람처럼 바쁘다. 돈을 버는 것도 빠르게 왕창 벌어서 자손 대대로 빠르게 물려 주어야 삶의 보람을 느낀다. 이까짓 거 한 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도 겨우 쥐꼬리만 한 월급과 수입뿐이니 때려치우고 부정을 해서라도, 도적질을 해서라도, 남보다 빠르게 올라야 한다. 나보다 덜 똑똑하고 못생긴 놈도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데 나는 이게 무슨 꼴인고. 이놈의 세상 싹쓸이하고 죽어 버릴까 하는 원망과 분노의 폭발도 너무 빠르게 한다. 그러나 그런 생각과 행위가 결코 우리에게 행복을 빨리 주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받을 수 있는 것은 불안초조일 뿐이다.

    우리가 참된 성공과 행복을 원한다면 오늘부터 시간시간 감사한 마음으로 담담하게 사는 연습을 해야 된다. 마치 좋은 연주를 하기 위해 ‘라르고에서 단계적으로 프레스토’까지 수천 번 수만 번 연습하는 연주가의 자세처럼 말이다. 정영숙(인터넷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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