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6일 (수)
전체메뉴

개근식실(漑根食實)

  • 기사입력 : 2007-12-18 00:00:00
  •   

  • 물은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 몸의 90% 이상이 수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은 물을 안 먹으면 일주일도 못 버티고 죽는다. 물은 사람들이 먹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목욕하고, 빨래하고, 그릇 씻고, 집안 청소하는 데 물이 없으면 안 된다.

    13년 전 중국에 살 때 낡은 아파트 15층에 살았는데, 겨울에 전기와 수도가 고장 나 양동이로 물을 들어올리며 1주일 정도 생활한 적이 있었다. 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수도가 그렇게 소중한 것인 줄 절실히 느꼈다. 하루에 네 식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을 길어오는 데 낮시간의 반을 소비해야 했지만, 물은 전혀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다.

    물은 이 밖에도 수력발전, 농업용수, 공업용수, 선박운항, 관광자원 등 물이 쓰이는 곳은 이루 다 열거할 수가 없다.

    때로 홍수로 재난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물은 생활의 필수품이다. 중국에서는 황하(黃河)가 자주 범람하기 때문에 중국 북부지역에 큰 재앙을 가져오지만, 그래도 황하를 ‘어머니 젖줄’이라고 한다.

    40년 전만 해도 웬만한 우리나라 시골의 시내나 강물은 그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였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그냥 먹을 수 있는 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으니, 상황이 심각(深刻)하다. 환경보호에 누구 할 것 없이 관심을 쏟아야 하겠다.

    앞으로 20년 정도만 지나면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10명 가족의 집에서 밥하고 세면하고 허드렛물 쓰는 데, 400ℓ 정도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한 사람이 하루에 수세식 변기로 흘려내리는 물과 한 차례 샤워하는 데 드는 물만 해도 400ℓ를 넘을 정도다.

    특히 농작물은 물이 없으면 절대로 생장할 수가 없다. 산 꼭대기에 있는 밭에 심는 식물이라도 역시 수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농사의 성패는 수리시설이 좌우한다. 그래서 역대로 수리시설을 잘 하는 제왕이 훌륭한 통치자였다. 9년의 홍수를 잘 다스려 중국의 물줄기를 정비한 하(夏)나라 우(禹)임금은 지금까지도 칭송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백성은 농작물과 같고, 정치는 수리시설을 갖추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에 물길이 닿지 않으면 농작물은 말라 죽는다. 수리 시설을 잘 해야만 농작물이 결실(結實)을 하여 백성들이 먹고 살 수가 있다. 힘이 들어도 수리 시설을 잘 갖추어야 두고두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5년 동안 백성들을 위해서 별로 한 일이 없기 때문에 퇴임식 할 때 내세울 업적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취임할 때는, 자기 이전의 통치자들은 다 기회주의자들이라고 몰아붙이며 기세등등(氣勢騰騰)했는데, 이임식장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금하다. 여당 후보마저도 노대통령이 해 온 정책에 대해서 철저히 부정하니 말이다.

    (* 漑 : 물댈 개. * 根 : 뿌리 근.

    * 食 : 먹을 식. * 實 : 열매 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뿌리에 물을 대 주어야 열매를 맺는다

    <214>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