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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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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문.한자이야기] (210)정자정야(政者正也)

  • 기사입력 : 2007-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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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추시대(春秋時代) 노(魯)나라의 대부(大夫)인 계강자(季康子)가 공자(孔子)에게 정치에 대해서 물으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시기를, “정치란 것은 바르게 하는 것이요. 그대가 바른 것으로써 통솔한다면, 백성 가운데 누가 감히 바르게 하지 않겠소?”라고 대답했다.

    또 공자께서는 “지도자 자신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모든 일이 시행되지만, 그 자신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해도 백성들은 따르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셨다.

    지도자가 바르지 못하면서 권력으로서 백성들에게 명령하면 백성들은 따른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 지도자를 존경하여 따르는 것이 아니고, 마지 못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정사 ‘정(政)’자는, 바를 ‘정(正)’자와 칠 ‘복()’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다. 칠 ‘복()’자는 점 ‘복(卜)’자와 또 ‘우(又)’자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글자다. 이때 점 ‘복(卜)’자는 회초리의 모양이고, 또 ‘우(又)’자는 손 ‘수(手)’자의 변형이다. 정사 ‘정(政)’자는, ‘바르게 하라고 손에 회초리를 들고 제재를 가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공자가 정치는 바르지 못한 것을 바르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바르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서울을 사수(死守)할 테니, 안심하라”고 국민들에게 담화문을 발표해 놓고는 살짝 서울을 빠져나가 피란을 갔고, 정부를 믿고 있던 서울 시민들이 피란도 하기 전에 한강 다리를 폭파하여 피란도 못 가게 만들었다.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은 “민정이양(民政移讓)하겠다”, “삼선개헌(三選改憲) 안 하겠다”라고 공언해 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 떨어진 뒤 “정치에서 물러나겠다”해놓고는 2년 뒤에 다시 나와 정치활동을 재개하여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도 두 번 떨어진 뒤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국민들을 상대로 고별 기자회견을 해놓고는 다시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였다. 여러 가지 궁색한 변명을 하는데, 그 변명 가운데 하나가 “김대중 대통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살인을 하니, 나도 살인해도 괜찮다”고 말한다면, 되겠는가?

    그런데 이런 처사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범죄자들이 죄를 저질러도 대통령이 된 사람이 처벌할 자격이 있겠는가?

    이회창씨는 지금까지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능력도 있을 것으로 인정되었다.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도 모두 이인제의 반칙과 김대업의 날조로 인한 것이었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출마해서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인물로 남았으면, 사람들이 그래도 다른 정치가들과는 다르다고 그의 사람됨을 높이 쳤을 것인데, 그마저 역시 자신이 한 말을 마음대로 뒤집는 삼류 정치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여 많은 국민들이 아까워하고 있다.

    심판은 유권자들이 하는 것이다. 거짓말하는 정치가는 누구를 막론하고 당선되게 하지 말아야 하고, 참되게 바른 길을 걷는 사람이 당선되도록 해야 하겠다.

    (*政 : 정사 정. *者 : 놈 자. ~란 것은. *正 : 바를 정. *也 : 어조사 야. ~이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정치란 바르게 하는 것이다

    <210>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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