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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잠룡들의 합창, 경제의 나라로! - 김태식(대동백화점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07-10-01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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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팔도 사람을 지칭함에 있어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거울에 비친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맑은 바람에 밝은 달빛과 같은 품성).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바람에 하늘거리는 가느다란 버드나무).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소나무나 대나무와 같이 곧은 절개).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바위 아래의 노부처와 같은 품성).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봄 물결에 마치 돌을 던진 것과 같음)이라는 좋은 의미의 사자평(四字評)을 한 반면에 평안도 사람은 산림맹호(山林猛虎:산 속에 사는 사나운 호랑이).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판에서 싸우는 개들)라하여 북쪽지역 사람들에 대해 상당히 폄하했다.

    이에 함경도 출신 태조 이성계의 입장을 고려해 함경도 사람을 석전경우(石田耕牛:돌밭을 가는 우직한 소)로 바꿔 위로했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그 특유의 뉘앙스로 별반 달가운 말은 아니지만 이전투구라는 사자평은 특히 올해 들어와 제 실명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본디 강인하고 악착스러운 성격을 특징짓는 쓰임새의 본말은 차치하고라도 유난히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해 왔기에 결코 낯설지가 않은 말이다.

    되레 그 말이 없으면 또 다른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그 이전투구의 양상이 올해는 어쨌거나 연말까지 내내 정치권에 판을 칠 전망이다.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유난히 많은 당내외 잠룡들의 거센 대권도전과 저마다의 유아독존식 생존전략이 단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렇게 볼썽사납게 다투는 과정에서도 후보들 모두가 뜻을 같이하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바로 ‘경제문제’다.

    사실 작금의 국민들 편으로서는 정치에 앞서 민생에 대한 비전제시와 문제해결력에 대한 기대치보다 더 큰 이슈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잠룡들의 입장에서는 경제문제에 대한 소구야말로 유세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자 자신을 알리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비록 경제학자 ‘알레시나’와 ‘루비니’가 “정치인은 선거에서 경제상황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경제와 선거와의 함수관계를 분석하고 있지만. 시대적 흐름 또는 역조류는 어김없이 또 다른 시대를 순환하게끔 마련이다.

    여기에다 현재의 수출호조 속에 소비와 투자 등 내수지표가 개선되면서 각 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4.7~5%대의 낙관적인 올 하반기 경제성장 예측이 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따라서 예전의 대선 양태가 정권의 탈환과 수성이라는 절대불명의 이분법적 구도였다면 올해의 양상은 그와는 달리 어느 잠룡이 얼마만큼의 경제관련 지지율을 얻어 용으로 승천하느냐가 관건이라는게 현재까지의 일반적인 세평이다.
    어찌 보면 선거다운 드라마틱한 요소가 별로 없는. 꽤나 싱거운 한판이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권을 향한 잠룡들이 너나없이 불러대고 있는 노래 자체의 질적 차원이다. 국민으로서 마땅히 각자 경제를 소구하는 노래가 그저 가상적이고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슴에 와닿고 실현가능한 노래이기를 바라는 것이지만. 과연 그들이 국민의 희망을 위해 어떤 아름다운 화음을 도출해낼지는 계속 지켜볼 일이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전투구속 정치적 자리매김의 장에서 뿐만 아니라 장외에서도 그들 잠룡들이 늘 초심으로 그렇게 한결같은 화음을 일궈주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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