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6일 (수)
전체메뉴

고인심현 (사람 마음의 거문고 줄을 두드린다. 사람을 감동시킨다)

  • 기사입력 : 2007-09-04 09:34:00
  •   
  •  한나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선 이명박(李明博)후보와 박근혜(朴槿惠)후보간에 경선이 너무 치열하여. 이러다가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 하면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근년에 보기 드문 무더운 여름에 장기간의 경선활동으로 국민들의 짜증을 더해준 것이 사실이다. 너무나 신랄하게 상대방을 공격하고 폭로전을 펼치고. 검찰을 끌어들이고 하니. 국민들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판을 벌여 스스로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하게 여겨 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박근혜 후보의 깔끔한 경선결과 승복 연설로 국민들의 걱정은 기우(杞憂 : 쓸 데 없는 걱정)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날 박 후보의 승복연설을 듣고서. 평소에 박 후보를 지지하든 안 하든 상관 없이 누구나 감동을 받게 되었다. 박 후보의 그 인격이나 도량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박 후보의 깨끗한 승복 자세는. 직접적으로 자신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고. 또 한국 민주주의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역사적인 일이었다.

    정치는 본래 세상을 바로잡는 것인데.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는 정치가라고 하면. 먼저 ‘거짓말 잘하는 사람’. ‘신용없는 사람’의 이미지부터 먼저 떠오른다. 이는 정치가들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다.

    특히 한나라당은 그 전신인 민정당 때부터 경선불복의 고리가 이어져 왔다. 김영삼(金泳三) 후보에게 질 것이 뻔하니까.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이종찬(李鍾贊)후보는 경선이 있기 전에 탈당해 버렸고. 이인제 후보는 경선결과에 불복해 탈당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어 출마했다. 결과는 다 참담하였고. 결국 자신을 더럽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종찬씨는 존경받는 독립운동가 이회영(李會榮) 선생의 손자이고. 이시영(李始榮) 부통령의 종손자(從孫子)로서. 경선 불복 이전에는 그가 한마디 하면 사람들은 “이회영 선생의 손자라서 그래도 어딘가 다른 정치가들 하고는 다르다”는 등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민정당 경선에 불복하고는 결국 김대중씨 밑에 들어가 안기부장을 얻어 하였는데. 권력은 좀 누렸는지는 몰라도. 그의 좋은 인상은 완전히 버려 놓았다.
    이인제씨는 삼척동자(三尺童子)가 들어도 웃을 이유를 대며 자기도취에 빠져 탈당하여 독자 출마하였지만. 당선에는 어림도 없었다. 그 뒤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기회주의자의 표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인제씨를 바로 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지 않나 생각된다. 어린이들이 배워서는 안 되는 인물의 제1순위에 올라갈 것이다.
    사람이 물건을 살 때 자기는 나름대로 알아보고 상당히 잘 샀다고 하는데. 옆에 사람이 더 싸게 샀으면. 그만 손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당장 상점에 찾아가 따지고 값을 깎아달라고 요구한다. 남과의 거래에서 조금만 손해 봐도 엄청나게 억울해 하며 잠을 못 잔다. 혹 남에게 승복하거나 양보하게 되어도 대부분 조건을 달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선거에서 떨어져 상심하여 죽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아무런 조건 없이 승복하였다. 아주 근소한 차로 졌고. 당원들의 직접 선거에서는 이기고.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에서 졌으니. 여러 가지 조건을 걸어 승복하지 않을 수도 충분히 있다. 잘하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놓치기가 아쉬운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런데 주저없이 승복하였다.
    “큰일을 겪은 사람은 영예(榮譽)와 치욕(恥辱)을 가벼이 여길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양친을 비명에 잃고 테러를 당하는 등 여러 가지 시련이 박 후보를 단련시켜. 그날 그 내공(內功) 있는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심금(心琴)을 울린다’라는 말도 ‘사람 마음 속의 거문고를 울린다’는 뜻이니까. 결국 같은 말이다. 마음이 감동받는 것을 악기의 줄이 울려서 소리를 내는 작용과 같은 것으로 비유한 말이다. ‘현(弦)’자는 ‘활 시위’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악기의 줄이란 뜻으로. ‘현(絃)으로 써도 된다.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