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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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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양호상투(兩虎相鬪). 필유일상(必有一傷)

  • 기사입력 : 2007-08-14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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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한 마리는 부상을 당한다

    여름철에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날씨가 매우 더운 데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밤이면 온갖 벌레들이 들끓는다. 호텔 방에도 도마뱀이 기어다닌다. 1982년 인도 연수 중에 필자도 호텔방에서 도마뱀을 여러 번 보았다. 일행 중에 여자 연수생이 호텔방에 들어서니 도마뱀이 벽에 기어다니기에 기겁을 하고는 호텔 종업원을 급히 불러 빨리 잡으라고 호통을 쳤더니, 인도의 호텔 종업원은 “도마뱀은 사람을 해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여자 연수생이 “빨리 잡아 없애라”고 재촉하자, 그 종업원은 “이 지구는 사람들만 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닙니다”하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그 여자 연수생은 밤새 잠 한 숨 못 잤고, 여행 내내 불안에 떨며 지냈다.
     
    지구상에는 많은 생명체가 있지만, 사람은 사람만을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또 자기편 위주로 생각하고, 자기편 속에서는 또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현대의 경제학 이론은 `경쟁만이 살 길'인 것으로 가르친다. 경쟁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지만, 경쟁하지 않고 서로 협조하면 큰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두 마리의 양이 겨울에 따로 떨어져 자면 얼어 죽을 염려가 있지만, 서로 붙어 자면 춥지 않게 잘 수가 있다. 서로 붙어 자면 서로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렇다고 자기에게 손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길가의 풀들을 보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니 하고 하찮게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풀을 스승으로 삼아 배울 것이 많다. 길가에 나는 풀들의 종류가 수도 없이 많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질서를 지키면서 잘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키가 작은 냉이나 제비꽃 같은 것은 다른 풀이 키가 자라기 전에 이른 봄에 햇볕을 받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다 맺어 둔다. 자기가 종족(種族) 보존을 위한 결실을 하고 난 뒤에는 햇볕을 많이 안 받아도 상관없기 때문에, 키 큰 식물들 때문에 손해를 보는 일은 전혀 없다. 국화나 코스모스 같은 경우에는 다른 풀이 성장을 멈춘 이후에 키가 크기 시작해서 다른 풀이 시드는 시기에 꽃을 피우고 결실하기 때문에, 다른 풀이 아무리 키가 커도 조금도 방해를 받지 않는다. 서로 질서를 지키며 양보하는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는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사람은 이성적으로 자신을 수양하지 않으면, 결국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독식(獨食)해야만 비로소 만족하게 된다. 그러니 개인대 개인간에는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진다. 이긴 쪽에서는 승리의 개가(凱歌)를 올리지만, 진 쪽에서는 처참한 고난을 겪어야 한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도입되어야만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요즈음 야당 대통령후보들이 지나친 경쟁으로 국민들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후보로 나선 사람들은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될 것이니, 여러 면에서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상대를 저질스럽게 악랄(惡辣)하게 비방하는 모습으로 대통령이 된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좀 더 관대(寬大)하게 상대를 포용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 한 사람만 후보가 될 것인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점잖게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고 한 사람은 당(黨)을 맡아 협력하면, 두 사람의 지혜가 다 국가를 위해서 쓰일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치게 경쟁하면, 한쪽은 큰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겠는가?
     
    * 兩 두 량.  * 虎  범 호.  * 相 서로 상.
    * 鬪 싸울 투.  * 必 반드시 필.  * 有 있을 유.  * 一 한 일.  * 傷 상할 상.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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