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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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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97) 진석성명(珍惜性命)

  • 기사입력 : 2007-08-07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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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을 진귀하게 여기고 아낀다

      사람은 누구나 몸을 갖고 있다. 몸이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육체(肉體)를 이야기하지만, 크게는 정신까지도 다 포함된다.
      흔히 사람들은 “내 몸은 내 것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몸은 자기 것이 아니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부모가 낳아서 길러 주었기 때문에 자기가 자기 몸을 자기 것이라고 할 자격이 없다. 회사나 토지를 부모에게서 물려받으면, 부모에게 특별히 감사한다. 그러나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몸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으면서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사실도 모르고 더구나 감사할 줄은 더더욱 모른다.

      효의 원리를 가르친 `효경(孝經)'이라는 책에 “신체와 터럭과 피부는 부모한테서 받은 것이다. 감히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실려 있다.

      자기 몸을 자기 것이라 하여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처신을 멋대로 한다든지, 거짓말을 한다든지, 행패를 부린다든지, 남과 싸워 몸을 상한다든지, 주색잡기(酒色雜技)에 빠져 인생을 허송한다든지, 부정부패를 저지른다든지 하는 것은 자기 자신만의 결함이 아니고, 자기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이고, 나아가 조상 대대로 욕을 끼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아버지 할아버지라고 섬기는 아들 손자, 나아가 후손 대대로 욕을 남겨 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친척, 친구는 물론이고, 자신이 태어난 고장, 자신이 속한 단체, 자신의 직장, 자신의 출신학교에까지 다 피해를 준다.

      그러니 자기 몸을 자기가 함부로 해서 되겠는가?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자기 한 사람의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식된 사람은 밖에 나가 밤 늦게 놀면서 “내가 별 탈 없이 잘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괜히 쓸데없이 걱정한다”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된 사람은 자식이 안전하게 들어올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걱정한다. 그 자식된 사람이 나중에 부모가 되면, 그제서야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어린애들에게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는데도 말을 듣지 않고 가게 되면 부모는 걱정하게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국가에서도 국민들에게 위험한 지역을 가지 말라고 하는 `여행 위험지역'을 안내하고 있다.

      출국하는 인천공항 등에 “아프가니스탄은 납치의 위험이 있으니, 여행을 자제하시오”라는 경고를 붙여두었는데도, 그 지역에 가서 활동을 하다가 납치를 당하여 가족은 물론이고 전국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정부로서도 모든 외교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여행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는데도 어기고 갔으니까, 정부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자국민 보호의 책임을 면할 수 없으므로, 법을 어겼지만 구출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지시를 어기고 해외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사람들은 구출되어 귀국하게 되면, 그들을 구출하는 데 든 비용을 그 당사자에게 다 물린다고 한다. 국가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한 응당의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부모가 물려준 몸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경고해 놓은 지뢰밭에 안 들어가듯이, 자기 자신을 처신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로 더욱더 조심해야 하겠다.
      (* 珍 : 진귀할 진. * 惜 : 아낄 석 * 性 : 성품 성 * 命 : 목숨 명. 명령할 명)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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