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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95> 칠전팔기(七顚八起)

  • 기사입력 : 2007-07-24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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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 번 엎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

      중국(中國) 공산당 주석으로 국민당을 몰아내고 중국을 통일한 모택동(毛澤東)은 투쟁은 잘했지만, 행정은 할 줄 몰랐다. 그래서 그가 구상해서 시행한 정책마다 모두 실패하여 그가 집권한 27년 동안 30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한다.

      공산당 간부 대부분이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집을 나와 지하조직에 가담했다가 정권을 잡게 되자 국가 간부가 되어 행정을 하니, 행정이 될 턱이 없었다. 중공의 백성들은 지상낙원(地上樂園)이라는 말에 세뇌(洗腦)가 되어 믿고 살았지만, 나중에 개방하고 보니,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로 전락해 있었다.

      공산당 간부 가운데서 행정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단 두 사람 있었는데, 등소평(鄧小平)과 유소기(劉少奇)였다. 1960년대초 등소평은 국가 총리이고 유소기는 국가주석이었지만, 모택동의 정책을 비판하다가 둘 다 1966년부터 홍위병들의 타도 대상이 되었다. 유소기는 모택동에게 항의했다가, 온갖 고난과 능멸을 당하다가 결국 저 세상으로 떠났다. 등소평은 모택동이 나무라니까 “알겠습니다”하고는 남창(南昌)이라는 곳의 농기구 공장으로 추방되어 거기서 바이스 앞에 앉아 농기구 부속 조립하기를 7년 가까이 했다.

      문화혁명 중간에 두 번  총리로 기용되었다가 다시 농기구 공장으로 쫓겨났다. 모택동이 죽고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총리로 복귀하였고, 복귀한 즉시 강청(江靑) 등 사인방(四人幇)을 제거하였다. 곧 이어 국가주석 화국봉(華國鋒)도 사인방과 연루되어 있다는 여론을 만들어 축출하고 중국의 최고 실권자가 되었다.

      문화혁명 중간에 중공 간부들이 홍위병에게 맞아 죽거나 괴로움을 못 참아 자살하거나 병을 얻어 죽거나 정계를 완전히 은퇴하거나 했지만, 등소평만은 10년의 탄압과 고난 속에서도 오히려 건재(健在)하였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등소평을 `부도옹(不倒翁 : 오뚝이)'이라고 부른다. 오뚝이처럼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등소평의 좌우명(座右銘)은, “ 두려워하지 말라”, “낙천적으로 보라”, “먼 곳을 향해서 보라[向遠看]”, “앞을 향해서 보라[向前看]”였다.

      한 나라의 국무총리를 하다가 국가 원수의 노여움을 사서 시골 농기구 공장의 단순직공으로 추방된다면, 주변의 멸시와 조소(嘲笑)가 어떠하겠는가?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고소해 하겠는가? 보통 사람 같으면 저절로 병을 얻거나 죽게 될 것이지만, 등소평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차분하게 지냈다. 그는 반역자로 몰려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매일 오후에 하는 자신의 산보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계속했다 하니, 그 인내심과 평정심(平靜心)은 실로 보통 사람으로서는 따라가기 힘들다.

      요즈음 생활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인내심이 갈수록 없어진다. 조금만 더워도 “덥다”하고. 조금만 추워도 “춥다”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짜증을 내고, 조금만 힘들어도 팽개치고 그만둔다. 절친한 사람끼리도 조금만 마음에 맞지 않으면 원수가 되고 만다. 결국 세상사는 참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다. “능력 있다”, “성공했다”, “세련됐다” 하는 말들이 다 잘 참는 것을 전제로 한다.

      평창(平昌) 동계올림픽 유치가 또 근소한 표차로 좌절되고 말았다.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당하여 정신적으로 좌절하지 말고, 전국민의 마음을 합쳐 다시 노력하여 다음 번 유치를 성공시켜야 하겠다. “다시 유치 노력을 하겠느냐?”는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될 때까지 하겠다”라고 대답했으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강인한 의지를 알릴 수 있을 것인데, “돌아가서 생각해 보겠다”라고 대답하여 한국인들의 의지가 한풀 꺾인 것으로 알려질까 싶어 아쉽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정신으로 일을 한다면, 세상에 되지 않을 일이 없을 것이다.

      (* 七 ; 일곱 칠 * 顚 ; 엎어질 전 * 八 ; 여덟 팔 * 起 ; 일어날 기)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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