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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사막의 기적'과 `강의 기적'/우경식(수출입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07-06-2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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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두바이의 기적'의 주인공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가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이 지도자는 신문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좋은 정부의 역할은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공정한 경쟁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하고, “훌륭한 지도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자신의 주파수를 맞추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수출이냐? 죽음이냐?”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국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하였다. 초근목피 시절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청계천 여공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가발을 팔아 수출입국의 기초를 다졌다.

      우리가 가난하고 못살던 시대에 외국의 신문은 한국을 일컬어 `쓰레기통 속의 장미'라고 비꼬면서,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우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이것이 `한강의 기적'이다. 비록 지금은 `성장과 분배', `동서간의 지역갈등', `이념갈등', `후발개도국 중국의 추격' 등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20세기 세계에서 유일하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함께 달성한 국가라는 평가는 사실인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 기적을 뒷받침한 여러 가지 금융체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경제적 고도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담당한 기관이 한국수출입은행이다.
      1969년 7월 한국수출입은행법의 제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연불수출금융 전담기관의 설립근거가 마련된 것은 수출신용경쟁이 격화되고 있던 세계자본재 수출시장의 여건 하에서 중화학공업의 육성과 수출산업화라는 과제에 부응하려는 정부 의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적으로 효과가 큰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금액이 너무 크고, 만기 또한 길며, 채권회수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상업금융이 취급하기 어려운 민간금융의 한계를 보완해서 자본재와 첨단기술제품 등 국가전략산업의 수출을 지원해 주는 곳이 수출입은행인 것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은 기존의 수출금융, 해외투자자금 및 수입자금 지원 외에도 담보가 없는 미래 성장형 수출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환위험 관리정보 제공, 국제계약 및 법률 자문, 해외투자환경 정보 제공 등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함으로써 기업의 우렁각시, 수출기업의 성공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한강, 두바이, 라인강의 기적은 더 이상 기적이 아니다. 현실이다. 석유는 생산되지만 사막이라는 척박한 땅에서 이루어 낸 `두바이의 기적',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루어 낸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 부존자원 하나 없이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으면서 이루어낸 `한강의 기적'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기적을 사람이 해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분명한 목표를 세워주고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 내면서,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자신의 주파수를 맞추는 능력을 가진 지도자와 그를 믿고 따르면서 열과 성을 다한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CEO 주가'라는 말이 있듯이 훌륭한 지도자는 기적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올해 말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국민을 하나로 묶어 제2의 한강의 기적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과거의 한강의 기적에는 지도자의 의지와 국민의 노력만으로 이룩될 수 있었다면 앞으로의 기적에는 기술적 진보를 뒷받침해야 할 창의성이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두바이의 지도자는 시에서 영감을 얻어 두바이의 기적을 일궜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는 언제나 남이 만들어 놓은 무언가에 집착하고 따라가려고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멀리 보고, 무언가를 만들려는 창의적인 자세를 가져야 진정 제2의 한강의 기적은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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