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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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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중불위(不중공업不威) - 무게 있게 처신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

  • 기사입력 : 2007-06-12 0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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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국민당 총통 장개석(蔣介石)도 국부(國父)라고 존경해 마지않고, 공산당 주석 모택동(毛澤東)도 혁명의 선구자로서 극도로 추앙하는 손문(孫文)이란 분이 있었다. 청(淸)왕조를 타도하고 중화민국(中華民國)을 출발시킨 인물이다.


    지금도 중국 대륙이나 대만(臺灣)을 막론하고 중국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남경(南京)에 있는 중산릉(中山陵)이라는 것이 손문의 묘소인데, 건립은 국민당 장개석이 했고, 관리는 공산당이 하고 있다. 그 규모의 거대함과 그 관리의 정성스러움과 끊임없이 찾아드는 참배객을 보면, 중국에서 손문이란 인물이 백성들로부터 얼마나 존경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존경은 남이 해 주지만, 원천적으로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자기한테 다른 사람들이 존경할 만한 거리가 있어야 존경을 하는 것이지, 자기가 남에게 자기를 존경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손문은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국가민족을 잊은 적이 없다. 백성들을 진정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모든 일의 처리가 공정하고 청렴했다. 그는 본래 의학 전공자였지만, 학문적으로 달통했고, 생각이 남보다 앞서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다. 그리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피하지 않고 먼저 몸을 던졌다. 평생 원세개(元世凱) 등 군벌을 제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니 공산당이나 국민당을 막론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여러 왕들이 있었는데, 세종대왕(世宗大王)처럼 후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임금이 있지만, 인조(仁祖)나 철종(哲宗)처럼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임금도 있다. 다 자신이 남긴 업적만큼 평가를 받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군자가 무게 있게 처신하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君子, 不重則不威.]”라고 했다. 늘 말과 행동을 신중(愼重)하게 하고, 끊임없이 공부를 해서 사리에 통달해야 한다. 늘 겸손하게 배우는 태도를 견지하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국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자신을 수양해야만 무게 있게 처신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위엄이 생긴다. 자만심(自慢心)만 잔뜩 가지고 자기보다 못한 못난 사람들과 어울려다니면서 그 속에서 대접받으려고 한다면, 권위는커녕 점점 사람들의 경멸(輕蔑)만 받게 될 뿐이다.


    엊그제 대통령이 소위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란 데서 네 시간 동안 특강이랍시고 했는데, 특강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실은 저질 악성 코미디의 극치였다. 그러고서도 “나는 대통령으로 권위를 가졌으니, 누구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리라” 생각한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취임 초 지금의 대통령을 좋게 생각하던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등을 돌렸다.  대통령 자신의 처신 때문에 더 이상 기대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입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말하기 전에 대통령답게 처신한다면 국민들은 존경하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대통령을 존경할 것이다.


    대통령은 한 국가의 대표로서 최고 권력의 소유자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따라 배울 만한 존경의 대상이 될 때 백성들이 존경하고 자신의 정신적 모델로 삼으려 할 것이다. 지금 젊은 사람들이 언행을 함부로 한다고 뜻있는 사람들은 개탄을 하지만, 대통령의 언행이 이 모양인데, 젊은 사람들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 不 ; 아니 불. * 重 ; 무거울 중. * 威 ; 위엄 위)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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