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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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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89) 관자. 예의지시(冠者. 禮義之始)

  • 기사입력 : 2007-05-29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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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례는 예의의 시작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죽을 때까지 네 가지의 큰 절차가 있는데. 이 네 가지 절차 가운데서 가장 먼저 거행하면서 또 기본이 되는 예가 관례(冠禮)이다.
      옛날에는 남자는 20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했는데. 땋아 내린 머리를 묶어 상투를 틀고 갓을 씌워 준다. 그리고 이름 대신 이름의 뜻을 풀이하여 그 사람의 정신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 뜻을 담은 자(字)를 지어 주었다. 관례를 한 뒤에는 일반적으로 자를 부른다. 여자들은 갓 대신 비녀를 꽂아 주는 계례를 행했다.

      ‘예기(禮記)’에서 “관례는 예의의 시작이다.[冠者. 禮義之始]”라고 했듯이. 관례는 인간이 지켜야 할 모든 예의의 출발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예의가 있기 때문이다. 예의란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 아니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자기의 용모를 단정히 하고. 말을 순리대로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부자관계 형제관계 남녀관계 상하관계가 다 정상적으로 되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 전체가 질서가 잡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무례하게 구는 행동을 보기 싫어 하듯이. 자기도 남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예의가 있는 나라는 사람이 살 만한 나라가 되지만. 예의가 없으면 어지러워지고 어지러워지면 위태로워져서 사람이 살기가 불안해지고 살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옛날의 성스러운 임금들은 나라를 다스릴 때 예의를 중시했던 것이고. 예의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관례를 중시하였던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의례(儀禮)’가 전래된 이후로 관례가 시행되었을 것이나. 상고시대에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고려 말기부터 관례를 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 이후로 관례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그러다가 갑오경장(甲午更張 1894년) 이후 단발령(斷髮令)으로 인하여 머리를 깎게 되어 상투가 없어지니. 자연 관례가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어떤 시골에서도 관례를 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게 되었다.

      시골 사람들이 장가들기 며칠 전 친구들을 모아 술을 한 잔 하면서 ‘댕기풀이’한다 라고 하는데. ‘댕기풀이’라는 것이 ‘총각의 땋아 내린 머리의 댕기를 푼다’는 뜻이다. 관례가 없어진 이후 장가를 가려면 갓을 써야 되니까. 관례를 할 수는 없고 관례의 일부인 댕기 푸는 것으로써 관례를 약식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경상대학교(慶尙大學校) 한문학과(漢文學科)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여러 문헌을 고증하여 관례를 복원하여 재현하고 있다. 매년 성인의 날에 맞추어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관례식에 참여하여 관례를 하고 자(字)를 받는 의식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

      관례는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격상되는 과정의 예다. 어린이 생활을 청산하고 어른으로 진입하니까 어른의 예를 갖추고 앞으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어른으로 행동하도록 여러 사람이 모인 앞에서 공인을 받는 절차이다. 그래서 관례의 축사에서도. “좋은 달 좋은 날에. 처음으로 너에게 갓을 씌우노라. 너의 어린 뜻을 버리고. 순리대로 너의 덕을 이룰지어다. 오래오래 살아 큰 복을 누릴지어다.[吉月令日. 始加元服. 棄爾幼志. 順爾成德. 壽考維祺. 以介景福.]”라고 했던 것이다.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문턱에서 인생의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통과의례가 관례이다. 금년에 20세 되는 청년들은 성년 되는 의의를 잘 되새겨 더욱 성숙된 사람으로 자라나기 바란다.
      (*. 冠 ; 갓 관. *. 者 ; 놈 자. *. 禮 ; 예의 례. *. 義 ; 의리 의. *. 之 ; …의 지. *. 始 ; 비롯할 시)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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