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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88) 사엄생경(師嚴生敬)

  • 기사입력 : 2007-05-22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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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승은 엄격하고 학생은 스승을 공경해야 한다

      옛날에는 스승된 사람이 마을이나 인근에서 학식(學識)이 제일 풍부하고. 처신(處身)도 바르게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경하고 자문을 하기도 하고. 학생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따랐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뿐만 아니라 지역의 학문 문화의 중심기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일본 강점기만 하더라도 시골 보통학교의 교사라도 언행이 바르고 학식도 풍부하여 인근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 줄 수 있었다. 1910년대에 국문학자 양주동(梁柱東) 교수가 소년 시절 영어 문법을 독학하다가 ‘삼인칭(三人稱)’이라는 단어의 뜻을 몰라 눈길 30리를 걸어가 보통학교 교사에게 물어서 알았다는 이야기를 보면. 그 당시 교사의 위상이 어떠했는가를 알 수 있다.

      근래에 와서 서적이 흔해지고 지식을 누구나 공유하게 되니까. 교사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요즈음은 학교보다 기업체가 더 정보를 풍부하게 갖고 있고. 외국 연구기관과의 교류도 빈번하고 시설도 더 좋기 때문에 학교가 지식의 첨단을 가고 있지 못하고 학교가 사회를 앞서가지 못한다. 그러니 학교의 영향력은 없어졌고. 자연 교사의 권위도 떨어지게 되었다.

      절간의 스님들도 옛날에는 설법(說法)을 하면 신도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잘 들었는데. 지금은 신도 가운데서 일부의 사람들이 인터넷 등으로 불교에 관해서 이것저것 알아내고. 인도 중국 등지의 많은 불교 성지를 탐방하고 돌아와서는 스님들을 시험하는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에 스님들이 신도들 앞에서 설법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교과와 관계된 책으로는 교과서밖에 없었으니. 교사의 설명을 금과옥조(金科玉條) 같이 소중하게 여겼고. 한번 놓치면 다시는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내용이 풍부한 참고서와 각종 사전. 시청각 자료. 인터넷 등이 있으니까 내용의 풍부성이나 정확성에 있어서 교사의 강의가 최고가 되기 어려우니. 교사가 수업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거기다가 교사 자신의 언행이 학생의 모범이 되지 못한다. 개성과 편리함만 추구하다보니. 본인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나타나서 학생들에게 저속한 농담이나 건다면. 아무리 안으로 실력이 갖추어졌다 해도 학생들의 존경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례 시간에 교장선생님이 교사를 존경하라고 학생들에게 훈화(訓話)를 하니까. 뒤에 서 있는 학생들이 “존경할 거리가 있어야 존경하지”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퇴계(退溪) 이황(李滉)선생의 ‘유사학제생문(諭四學諸生文)’이라는 글의 첫머리에. “학교는 교화(敎化)를 펼치는 근원이고. 세상에서 제일 착한 곳이다. 그리고 선비는 예의의 으뜸이고. 원기(元氣)가 붙어 있는 것이다[學校. 風化之原. 首善之地. 而士子. 禮義之宗. 元氣之寓也.]”라고 하였다. 학교의 역할은 중요하고. 스승이나 학생의 임무는 대단히 큰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무너지고 교육자가 자기의 역할을 못하면. 나라의 희망은 없는 것이다. 사회가 혼란하고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근원적으로 교육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교육자는 자신의 실력면에서나 언행에 있어 자신의 임무를 엄격하게 수행하고 학생은 스승을 공경하여 착실히 실력을 쌓고 행실을 올바르게 하도록 해야겠다. 나라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 요즈음 중국이 잘 되는 것은 다른 이유도 많이 있겠지만. 교육자는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 한 곡 부르고. 꽃 한 송이 달아드리는 일회성 형식적인 행사를 하지 말고. 진정으로 교사는 교사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자신의 도리를 다하여 학교를 살리고. 나아가 국가를 살려 나갈 길을 찾아야 하겠다.
      (*. 師 ; 스승 사. *. 嚴 ; 엄할 엄. *. 生 ; 날 생. 학생. *. 敬 ; 공경할 경)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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