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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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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180) 완물상지(玩物喪志)

  • 기사입력 : 2007-03-13 09: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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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물을 즐기다가 자신의 뜻을 잃고 만다

      사람의 일생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한정되어 있고. 그 정신적 능력과 육체적 능력도 한계가 있다. 사람은 자기 마음을 위주로 하여 살아가야지. 눈이나 귀 등 감각이나 바깥 사물에 이끌려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

      옛날에는 직업이라 해봐야 농업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글 읽는 선비가 동네마다 몇 명 있을 정도였다. 옛날 사람들의 활동 범위는 대부분 30리 안팎으로. 만나는 사람도 얻어듣는 정보량도 한정이 있어. 개개인이 충분히 다 소화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한 마을 같아서 우리 나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남미 같은 곳에서 일어난 일도 동시에 즉각 생생한 화면을 통해서 바로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처리하려고 하니. 우리 몸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능력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없는 것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 응접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을 틀면 그 속에서는 전 세계의 갖가지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뉴스만 계속 내보내는 채널. 연속극만 계속 내보내는 채널. 스포츠 중계방송. 코미디 등등 입맛대로 골라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그때부터 잠잘 때까지 계속 텔레비전에만 눈을 박고 있다가 자게 된다. 주부들이 아침 밥 먹고 아침 연속극 보기 시작하여 하루 내내 텔레비전 채널 돌리다가 낮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취미 생활에 빠져 밤이고 낮이고 낚시 가는 사람. 가요대회만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고. 도자기 굽기. 그림 그리기. 사진 찍기 등등으로 생업을 등한히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물건 수집에 취미를 가지고 그 물건을 수집하기 위해서는 수백 리도 멀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도 있다. 명품을 좋아하여 그 명품 사 모으기로 낙을 삼는 사람이 있다. 운동을 너무 좋아하여 골프에 빠진 사람. 등산에 빠진 사람. 마라톤에 빠진 사람도 적지 않다. 외국 여행에 빠져 일년에도 십여 차례 외국 여행 다니는 사람이 있다. 외국여행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일년에 여러 차례 외국에 나가면 자신의 일에 지장이 없겠는가?

      젊은 학생들 가운데는 특정한 연예인에게 빠져 그 연예인이 하는 공연에는 다 따라다니고. 그 연예인에 관한 자료는 다 모으고. 그 연예인이 출연하는 프로는 다 보는 경우가 있다. 주부들 가운데는 어떤 특정 연예인과 같은 패션으로 옷을 입고. 심지어 목소리 표정 몸짓까지 닮으려고 노력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 마음은 정상적으로 쓸 때 편안해지고. 비정상적으로 쓸 때는 불안해진다. 별 중요하지 않은 일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인생에서 한정된 정신과 육체로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허송(虛送)해서야 되겠는가? 좀더 생활을 절제(節制)하여 의미있는 한평생이 되도록 해야겠다.

      3천여 년 전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천하를 통일하자. 사방에서 공물(貢物)을 바쳤는데. 서쪽 여족(旅族)의 나라에서 큰 개를 바쳤다. 이에 무왕의 동생이자 정승인 소공(召公)이 충고를 하였다. “사람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덕을 잃게 될 것이요. 사물을 즐기다 보면 뜻을 잃게 될 것입니다[玩人喪德. 玩物喪志]. 특별한 물건을 귀하게 여겨 늘 쓰는 물건을 천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은 풍족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특별한 생활에 빠지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될 수가 없다. 사람을 혹하게 만드는 온갖 물질문명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자신의 정신을 올바로 갖고 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 玩 : 즐길. 완. *. 物 : 물건. 물. *. 喪 : 잃을. 상. *. 志 : 뜻. 지)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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