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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론스타 영장기각과 검찰의 반응 - 최영규(경남대 법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06-11-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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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3일 론스타 어드바이저 코리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과 미국의 론스타 본사 임원 2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실자산 과대평가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론스타가 다시 외환카드를 헐값에 합병하기 위하여 주가를 조작하였다는 검찰의 수사결과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재판을 통하여 밝혀질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검찰의 수사능력과 공정성을 신뢰하는 우리 국민은. 막강한 미국적의 거대자본을 상대로 오랜 수사 끝에 혐의사실에 대한 확증을 얻어 대검 중앙수사부가 영장을 청구했다면 충분한 구속 및 체포의 사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장이 기각된 후에 보여준 검찰의 격앙과 반발은 법원의 영장기각보다 더 납득하기 어렵다.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영장기각의 사유를 반박하고. 일부 검사들이 “사법쿠데타”니 “수사방해”니 하며 원색적으로 법원을 비난하는 것은. 형사사법절차의 한쪽 당사자에 불과한 검찰이 심판권자인 법원을 상대로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법원도 실수할 수 있고. 판결을 비롯한 법원의 재판도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봄 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지고·지선의 결정”이라면서 마치 어떤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강변하여 오히려 비판을 받은 바 있거니와. 인간 세상에서 본질적으로 비판에서 면제되는 것은 없다. 재판도 법이론과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며. 그러한 비판이야말로 보다 원숙하고 살아 있는 판례법을 형성하는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재판에 대한 비판은 학자와 국민의 몫이지 그 재판에 기속되는 국가기관의 몫은 아니다. 재판에 대하여 법학자나 국민은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기관은 다르다. 국가기관은 적어도 확정된 재판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일단 그 재판을 존중하고 그 내용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그것을 실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이 근대 이후 국가조직의 기본원리인 권력분립의 귀결이다.

    그리고 법원의 재판에 기속되는 국가기관 중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검찰이다. 근대적 형사사법제도 하에서 검찰은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의 하나로서 법원에 대하여 판단을 청구하는 자이지. 결코 법원과 동등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판단권을 가진 것도 아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기각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용하고 그것을 토대로 불구속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을 비난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 기각된 영장을 글자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다시 청구하는 것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보강된 재청구는 법원에 기존의 기각결정과는 별개의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러한 보강 없는 재청구는 기존의 기각결정에 대한 불복에 다름아니다.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은 소송법에 명시된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한데. 현행법상 영장기각결정에 대해서는 불복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는 현행법이 영장기각결정에 대해서는 불복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격언이 있듯이. 검사는 공소장(영장청구의 경우에는 청구서)으로만 말해야 한다. 검찰이 설득해야 할 것은 법원이지 언론이나 군중이 아니다. 검찰이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여 원하는 판결이나 결정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법에 정해진 불복절차에 의하여 불복할 수 있을 뿐. 그 외의 방법으로 법원을 비판하거나 압박할 자유는 없다.

    그동안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에 론스타 영장기각을 둘러싸고 검찰이 보여준 행태는 일거에 그 동안 쌓여진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듯하여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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