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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6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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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전업예술인들에게 힘을-목진숙 논설주간

  • 기사입력 : 2006-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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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삭막한 인생 여정에 피어난 꽃이요 향기다.” 어쩌면 “인생의 강을 가로지르는 나룻배”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고뇌하는 영혼이 토해내는 생존의 표현”이거나 “고독한 존재의 몸부림”이라고 할까. 이것은 필자가 생각해 본 예술에 대한 단상(斷想)이다.

    만약 우리의 생에 있어서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말로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것이다. 인간이 여타 동물들과 다른 점은 바로 예술을 창조하고 즐긴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예술은 인간 스스로 만든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동굴 벽에 남아있는 고대 원시인들의 벽화에서부터 오늘날 현대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작품속에 관류(貫流)하는 것은 표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강열한 본원적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표현하지 않고서는 못배길 그 무엇이 가슴으로부터 용솟음쳐 오르는 것을 표출한 것이 곧 예술작품이다. 창작 동기는 누가 강압적으로 시킨다고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볼 때 예술행위는 대자유의 표현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더러는 예술인들은 가난해야만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배가 부르면 나태해지기 때문에 치열한 작가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아낼 수 없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일견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반드시 옳은 말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예술인도 일반인들과 똑 같은 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의식주 문제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좋은 작품을 창작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예술인들이 걱정 없이 생활해 나가기에는 그 환경이 너무도 가혹하고 삭막하다. 극히 예외적인 일부인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업예술인의 경우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들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은 국가와. 사회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본다. 이들의 예술행위는 그들 자신만을 만족시키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예술가들의 창작품은 당 시대의 사회는 물론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는 땀흘려 제작한 예술인들의 작품을 통해 마음속에 잔뜩 묻어있는 세속의 떼를 씻어낸다. 영혼의 창을 흐리게 하는 먼지를 맑게 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된다. 이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이 죽은 사회에서는 권력과 힘. 재력과 탐욕만이 판을 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생각된다. 이것이 삶의 최대가치로 인식된다면 어찌 인간다운 사회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한 마디로 병든 사회. 희망이 끊긴 사회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이것을 치유하는 묘약은 바로 예술의 향기가 아닐까.
    지금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관에서는 경남전업미술가 53인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화·서양화·조각 등 수백점의 작품들이 1·2층 전시관에 출품돼 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직 미술가란 직함이 유일한 직업인 전업예술인들이다. 이들의 땀과 정성이 무르녹아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을 때의 안락함과 어머니 품속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을 느꼈다. 삶의 현장을 정신 없이 달려오다보니 자신의 정체성마저 상실해 가고 있는 줄도 모르다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함께 한없이 초라해진 자아(自我)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필자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청년실업자들이 넘쳐나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난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속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실직자와 전업예술인들이 아니겠는가. 전업예술인들의 삶은 실직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작품을 팔아서 생활해 나가는 이들에게는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 경제불황이다. 평시에도 작품 구매자가 많지 않은데 불경기가 계속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판매 확정된 붉은 딱지 붙은 작품을 구경할 수 없으니 출품작가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싶다.

    미술애호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민들 가운데 가정 경제 형편이 나은 사람들은 전시관에 들러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씩 구입해 주기 바란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비록 작은 도움일지라도 전업미술인들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는 것이다. 오는 24일까지 전시가 계속된다. 작품을 매입할 여력이 없더라도 가족 단위로 함께 와서 창작품을 관람하고 미술인들을 격려해 준다면 이것이 이들에게는 새롭게 일어설 수 있는 용기로 작용한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문화선진국은 전업예술인들이 생활고 걱정 없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에서 이루어 진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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