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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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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27) 글쓰기(하)

  • 기사입력 : 2005-1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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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오늘은 조금 더 `약효'가 빠른 글쓰기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자.

     글짱: 글쓰기 학원에 가는 것은 어떨까요?

     글샘: 글쓰기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은 `일정한 틀'을 배운다는 점에서 학원공부도 필요할 거야. 그렇다고 학을 선전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는 마. 글샘은 학원장도 아니고, 학원강사도 아닌 기자일 뿐이니까.

     글짱: 사실상 논술은 `정형글'이라고 했잖아요? 어느 정도 기본을 익히라는 뜻인가요?

     글샘: 그렇지. 다만 학원에서 배운 기법이 습관이 되어 `짜맞춘 글쓰기'로 굳어질까 조금은 걱정이야. 그러나 혼자서 글쓰기 공부를 할 수도 있어. 신문이나 시사잡지에 실린 글을 보고 연습해도 `일정한 틀'을 익힐 수 있거든.

     글짱: 지난 탐험 때 얘기처럼 기사나 칼럼 글의 구성을 살펴보라는 뜻이죠?

     글샘: 잘 기억하고 있구나. 특히 글머리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각 단락에 어떤 내용을 넣는지, 마무리는 어떤 얘기로 처리했는지 따위를 참고하는 방법이지.

     글짱: 기자마다 글을 쓰는 방식에 큰 차이가 있나요?

     글샘: 신문에 따라 논조는 다를 수 있지만, 기사는 대체로 `일정한 틀'을 유지하고 있어.

     글짱: 같은 기자가 쓴 글이라도 미묘한 차이가 있을 텐데요?

     글샘: 연재물 같은 경우에 그런 점이 있지. 각 편마다 정해진 주제에 맞춰 기사의 흐름을 잡기 때문이야. 참, 신문기사로 문맥을 살필 땐 반드시 신문을 구하거나 복사물을 준비해 밑줄긋기와 낙서를 하면서 공부하거라. 눈으로 얼핏 보고 끝내는 분석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단다.

     글짱: 글을 많이 쓰고, 첨삭 조언까지 받으라고 강조했잖아요?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글샘: 좋아. 글샘이 학생들의 글을 어떻게 첨삭하며 조언하는지 알려 줄게.
     
     〈고교 1학년의 글〉= 체벌은 일정한 교육 목적으로 학교나 가정에서 아동에게 가하는,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징계라는 뜻을 가진다.
     하지만 이 체벌이라는 뜻에는 큰 오류가 있다. 정작 중요한 체벌의 목적에 대해서는 애매한 정의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샘: 어딘지 이상하지? `체벌의 정의'에 관한 개념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야. 첫 문장은`사전적 정의'가 아니야. 고교생 수준의 글이라면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지.

     첨삭 1)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31조 제7항엔 체벌을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31조 제7항'처럼 외워 써야 하는 부분은 빼버려도 무방.)

     첨삭 2)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직접적 체벌은 교사가 학생에게 물리적 도구나 신체의 일부를 이용하여 직접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지도행위이며, 간접적 체벌은 교사가 학생에게 간접적인 방법으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체벌이라 함은 직접적 체벌과 간접적 체벌을 모두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중학 3학년의 글〉= 요즘 “인생을 즐겨라”는 멘트의 광고가 유행이다. 물론 이는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부추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작된' 멘트이겠지만, 요즘 사회를 잘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글샘: 단문으로 잘 이어진 글이지만 용어가 적절하지 않아 아쉬운 예문이야.

     첨삭)= 요즘 어느 카드회사의 CF에 나오는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노래가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부추기며 카드 사용을 권하는 `의도적인 CM송'이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중1의 독후감〉 =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두 과학자들과 나를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곧 `나는 한 번이라도 최선을 다해 본 적이 있는가'하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글샘: 이런 표현은 `가식적인 꾸밈글'로 오해받을 소지가 많아요. 책을 읽은 뒤 이런 생각도 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이런 어구를 많이 써먹기(?)때문에 진실성이 떨어진 표현이 됐지.
     
     〈초등 6학년의 글〉 = 가족들과 통일전망대에 갔는데, 북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망원경들이 있었다. 아빠는 북한의 모습을 보라며 나에게 500원을 주셨다. 자그마한 원 안에 북한의 풍경들이 보였다.

     글샘: `500원을 주셨다'라는 대목은 다듬기 과정에서 빼는 게 좋아. 기행문 내용으로 볼 때 중요한 부분이 아니거든. 그보다 망원경으로 본 북한의 풍경을 더 묘사해주는 게 초등생 수준에서 더욱 알찬 글이 될 수 있어.


     글짱: 독서도 중요하잖아요. 이번 겨울방학 때 글쓰기에 도움될 만한 책을 추천해 주세요.

     글샘: 고 이오덕 선생님이 쓴 `우리 문장 쓰기'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권할게.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알려 주는 책이지. 머릿속에선 할 말이 많은 데도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니?
     `알고 있는 지식을 설득력 있는 글로 쓸 수 있는 훈련' 그게 바로 글쓰기 공부요, 비법인 셈이지. 글쓰기 비법이란 어느 한쪽의 기술(?)만으로 가능한 건 아니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회를 보는 `시각'이 쌓여야 하고, 일정 수준의 배경 지식도 필요하단다. 글쓰기가 돋보이는 학생이 다른 과목에서도 성적이 우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하잖아. 오늘은 이만 끝내자.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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