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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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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25) 수행평가와 논술

  • 기사입력 : 2005-1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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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샘: 모레가 수능시험일이구나. 고3들은 논술보다 수능 마무리 공부하느라 신경 쓰이겠지.

     글짱: 저야 고1이라 아직 느긋하지만 선배들을 보면 안쓰러워요. 저희 학교는 기말고사도 끝났고 해서 요즘엔 수행평가 과제를 자주 내주는 편이에요. 하기야 학원 갔다 오면 과제를 준비할 시간도 빠듯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대충 뽑아 제출하곤 하죠 뭐.

     글샘: 글쎄다. 과연 그게 네게 보탬이 되겠니?
    수행평가과제가 사실상 내신점수에도 반영되는데 이왕 시간을 투자해야 할 바엔 진정한 공부가 되는 쪽을 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글짱: 그런 방법도 있나요?

     글샘: 어~허. 또 글샘이 수행평가과제 해결용 처방전을 만들어 줘야겠구나. 오늘은 사회(역사)와 국어과목에 함께 접목되는 주제로 얘기해 보자꾸나. 예컨대 수행평가과제가 `조선의 건국을 주제로 역사신문 만들기' 라고 치자. 너는 어떻게 할 요량이니?

     글짱: 아~하! 그 과제는 중3 때 해본 적이 있어요. 인터넷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뽑고, 태조 이성계의 사진을 다운받아 신문처럼 배치하는 식으로 컴퓨터작업을 거쳐 만들었거든요.

     글샘: 그래도 대충 해간 건 아니었구나. 조금 신경 썼다고 하는 학생들도 그 정도 수준이지. 그러나 외양에만 치우쳤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러한 과제에서 선생님들이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건 글(내용)이란 점을 알아야 한단다.

     글짱: 글도 주제별로 나눠 그런대로 괜찮게 정리했는데요?

     글샘: 아직 이해를 못하는구나. 학생들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잖아.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 글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여기서 말하는 시각은 논술에서 보면 `사고력' 이라고 할 수 있어. 결국 수행평가를 하면서 논술공부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라는 얘기지.

     글짱: 쉽게 말해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쓰기보다 생각을 넓혀서 자기 시각을 대입하라는 거군요.

     글샘: 그렇지. 제목이나 사진, 도표 등 신문처럼 구성하는 건 기본 과정일 뿐이야. 중요한 건 기획이지. 물론 기획은 `생각 넓히기' 의 출발점이야. 자, 조선의 건국을 주제로 역사신문을 만들려면 가장 중요한 사건, 즉 머리 기사는 무엇이 될까?

     글짱: `이성계의 즉위' 라고 해야겠죠.

     글샘: 제목을 뽑자면, `이성계 조선 건국' 이라고 평이하게 내세울 수도 있겠지. 그러나 오늘날 시각에서 재평가하는 역사신문을 만든다고 할 땐, `성공한 쿠데타가 왕조를 바꾸다' 라고도 할 수 있잖아. 당연히 글도 이 흐름에 맞춰 써야지. 이렇듯 관점(시각)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역사신문의 편집방향도 확 바뀔 수 있는 거야.

     글짱: 정말 독특하네요. 진작에 가르쳐 주시지.

     글샘: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볼까. 고려왕조를 끝까지 지키려다 실패한 사람들이 산으로 도망쳐 들어가 신문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땐 머리 기사 제목이 달라지겠지. 아마 `오백년 고려왕조 빼앗기다' 또는 `이성계 역모로 왕위를 찬탈하다' 식이 될 수 있겠지.

     글짱: 이제 무슨 뜻인지 대략 알 것 같네요. 수집한 역사 자료를 갖고 나만의 시각으로 논리에 맞는 기사를 만들다 보면 저절로 논술공부가 된다는 거죠?

     글샘: 당연하지. 이렇게 구성한 역사신문은 친구들이 인터넷에서 손쉽게 베껴 온 신문과는 한눈에 차별화되는 장점도 있단다. 실제로 재작년에 글샘으로부터 이러한 방식을 배운 중학 3학년생이 자기 학교 역사신문 수행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메일을 보내 왔어.
     논술도 마찬가지야. 수시모집 때 상향지원한 학생들은 논술에서 뒤집기를 해야 하므로 `독특한 시각' 으로 글을 쓰는 모험도 필요하지.

     글짱: 역사신문을 구성할 알맹이도 좀더 설명해 주세요.

     글샘: 좋아. `오늘날 시각' 에서 썼을 때의 예를 들어 설명할게. 먼저 기삿거리를 찾고,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도록 분류해야 한단다.

     1. 쿠데타 시도에서 성공(위화도 회군을 기점으로 즉위까지) 2. 쿠데타의 주역(이성계 외에 정도전 등 여러 인물의 이야기) 3. 쿠데타의 희생자(정몽주, 최영 장군) 등이 있겠지. 지면이 넉넉하다면 `쿠데타가 실패했다면' 이라는 난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지.
     이 대목은 상상력과 역사관을 총동원해서 써야 하는데, 논술이 아니라 수행평가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자유롭게 써 보는 거야. 일간신문에 나오는 칼럼 글처럼 말이지.

     글짱: 겨울방학 과제 때 당장 시도해 볼게요.

     글샘: 그리고 역사신문의 주제가 달라져도 마찬가지야. 만일 `2차대전' 이 과제라고 할 땐, 전쟁엔 반드시 패전국이 있고 승전국이 있게 마련이야. 물론 어떻게 엮어 갈 것인지는 학생 스스로의 몫이지. 오늘 글샘의 논술탐험에서 핵심은 `기사의 나열에 그치는 역사신문이 아니라, 나의 시각이 담겨있는 신문을 만들어 보라' 는 것이니 기억해 두거라.
     학교에서 내주는 수행평가과제는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를 측정한다는 점에서 논술시험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봐야지. 아무리 엉성하게 만들었어도 그런 `나만의 역사신문' 을 청소년기에 만들어 보는 게 생각을 넓히는 참공부가 될 수 있어.
     이젠 수행평가 과제를 할 땐 시간이 없다는 둥 귀찮다는 둥 핑계를 대지 말고 `이것도 나를 살찌우는 공부' 라고 생각하며 알차게 구성해 보려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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