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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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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카트리나' 대재난

  • 기사입력 : 2005-09-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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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논설주간)

    미국 남부를 휩쓸어 버린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인적 물적 피해가 9·1 테러 때보다 오히려 더 클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심한 재난 지역은 루이지애나주의 남동부 하항(河港)도시인 인구 48만의 뉴올리언스라고 한다. 시 인구 67%이상이 흑인이며. 그중 절반을 상회하는 숫자가 절대빈곤층이라는 것이다. 흑인들의 피해가 얼마나 극심할 것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가지 60%를 삼켜버린 물이 완전하게 빠져나가는 데에만 80일이 걸릴 것이라 하니 도시가 제 모습을 되찾으려면 향후 얼마나 오랜 시일이 소요돼야 할지 모를 일이다.

      가족과 재산 등 가진 것 전부를 잃고 울부짖는 흑인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접할 때마다 내 이웃이 불행을 당한 것처럼 절절한 아픔이 느껴져 온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곳곳에서 약탈이 자행되고 있으니 무법천지와 같은 이곳이 과연 지구상 최강의 나라 미국땅이 맞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지난해 동남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 피해때에는 약탈자가 없었으며. 서로 돕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는데.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치안부재 현상을 보면 아시아인이 훨씬 더 문명화됐음을 알 수 있다”고 한 스리랑카 주민들의 말을 인용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올리언스 시정부는 카트리나가 상륙하기 전인 지난달 28일에 이미 대피령을 내렸지만 가난한 흑인들로서는. 이동수단인 자동차도 없는 가정이 많고 또한 다른 주(州)로 옮겨가더라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단이 막막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대로 눌러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렵고 힘든 형편 때문에 예고된 재난을 피하지 못하고 앉아서 당해야만 했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연방정부가 늑장을 부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재난민들은 부시 행정부를 원망하고 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흑인 거주지역이어서 ‘미운 털’이 박혀 있었으므로 부시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이 나도는 가운데. 미 상원에서 이번 재난과 관련해 사전 예방책에서부터 사후 대응. 그리고 향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으로 따지는 ‘카트리나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 한다.

      민주당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9·11 테러 때처럼 초당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면서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사실 이렇게 되면 1년이상 조사활동이 펼쳐지게 되므로 부시는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에게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바야흐로 ‘카트리나’가 미국 정계의 판도를 바꾸는 ‘태풍의 눈’으로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셈이다.

      경고음을 감지한 부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소를 잃은 뒤’ 백악관 참모들과 복구대책을 협의하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지만 ‘죽은 소 꼬리 잡는 격’이 아니겠는가 싶다. 하기는 ‘소젖을 짠다면서 수컷 젖소의 뒷다리를 쥐고 있더라’는 그의 부인 로라 부시의 말에 그도 한때 유쾌하게 웃었을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여유를 부릴 경황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의회 의원들이 더이상 ‘소를 잃는 일’이 없도록 ‘외양간을 튼튼하게 수리할 것’을 주문하면서 그 진행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 재난민들의 불행에 대해 그들만의 것이라고 눈감아서는 안된다. 이제 전 지구촌 사람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피해를 당한 한인 교민들부터 먼저 도와야 한다. 가장 큰 재산피해를 당한 사람의 경우 600만달러에 이르며. 총 피해액이 1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하니 동포애로써 성금을 모아 전달해 이들의 재기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곳 교민들은 지난날 모국이 태풍피해를 당했을 때 수차례에 걸쳐서 성금을 모금해 보내오지 않았던가.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시련에 직면한 흑인 이재민들에게도 인류애로써 따뜻한 손길을 펼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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