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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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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객관적인 것은 무엇인가

  • 기사입력 : 2005-08-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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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이 객관적으로 진리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는 사실 자체가 본질을 왜곡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근거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비난할 때 흔히 사용되며. 또 그때마다 상당한 효과를 보는 방식이 ‘당신 주장은 너무도 주관적이다’라고 몰아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비난을 할 때 주관성과 객관성의 개념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객관적이라고 불리는 것은 누구나 볼 때 논쟁의 여지가 없이 맹백한 사물의 앞면들이다. 그런 것들은 잘 정리된 수치로 계량화되기도 하고. 사진처럼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대신 명백한 표면을 부수고 사물에 대한 특수한 경험으로 들어가는 것. 인습적인 판단에서 벗어나는 것. 생각하지도 않고 다수결에 의해 결정을 하기보다 문제 그 자체를 천착하는 것. 이런 것들은 주관적이라 불린다.

      그런데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은 어느 쪽일까. 주관적이라고 매도당하는 방식들이야말로 사물의 본질을 진정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는 객관적인 것과 주관적인 것을 혼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자문해 보아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너무 쉽게 ‘객관’이라고 이름지어진 도피처를 찾아 숨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요즘 정국을 보면 객관과 주관의 극심한 전도를 느낀다. 문제의 본질에 논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말을 하는 사람의 입 모양이나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을 가지고 문제삼는 것을 능사로 하는 형국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갈등구조가 국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을 내놓겠다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서울 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 지방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 출입기자 간담회 등을 잇따라 하며 “지금 우리 사회의 위기가 무엇인가. 올바른 위기논쟁을 하자”며 갈등구조의 해소에 정치권이 논의를 집중할 것을 촉구했다.

      야당은 현재의 위기는 경제위기라며 노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을 여전히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경기활성화는 우리 국민들의 줄기찬 요구이지만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용납해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경제위기론을 반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중요한 것은 뭐냐. 그야말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융성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또 한편에 있어서 그와 같은 전략의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위기요인은 무엇인가 이 위기요인에 대해서 눈을 돌려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지금 서울에서 부산에서 창원에서 광주에서 목포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에게 ‘위기’는 무엇일까. 경제위기이다. 부동산위기이다. 실직위기이다. 돈이 문제이다. 표면적으로 명백하게 느끼는 어려움은 돈의 문제이다.

      그러나 전 국민이 느끼는 ‘객관적 위기’인 ‘경제위기’가 있다는 이유로. 노 대통령이 주장하는 ‘주관적 위기’인 ‘갈등의 위기’는 아무런 논의 가치가 없는 것일까. 여당과 야당이 수레바퀴처럼 함께 돌지 않고는 굴러갈 수 없는 것이 정치일진대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아니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가며 외치는 ‘갈등의 위기’를 그냥 쉽게 ‘당신 주장은 너무 주관적이다’라고 몰아쳐 버려도 좋은 것인가.

      혹시라도 노 대통령이 위기 진단을 정확하게 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지금 진정한 위기는 경제가 아니라 지역간 계층간 갈등이지는 않을까. 지난 30여년간 지속된 갈등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새롭게 도약하는데 발목을 잡는 차꼬가 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물론 우리가 갈등을 위기로 느낄 때가 있다. 그건 선거 후 선거결과 발표를 TV를 통해 보고 있을 때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신문으로 볼 때쯤 되어서는 갈등의 위기를 잊어버린다.
    박승훈 정치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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