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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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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청테이프 해법, 대중은 알고 있다

  • 기사입력 : 2005-08-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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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잠을 설친 복더위에 몇주째 X가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왜 하필 ‘X파일’인가. 고차원 방정식에서 미지수 X란 뜻인가. O×문답형의 ×란 말인가. 어쨌든 뉴스휴면기에 ‘거리’가 없던 참이라 통술집 안주감으론 ‘딱’이다. 경향의 논객들이 이리저리 젓가락질을 해대어 신선도가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복중에 술맛을 더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더기로 발견된 도청테이프의 맛보기격인 X파일의 실체가 고명한 수학자들이나 풀 수 있는 미지수 X는 아니다. 대중은 현명하고 알 만큼 다 안다. 아무리 교묘한 방법으로 치장하고 둘러대도 대중은 결코 속일 수 없다. 대중은 어리석고 무지(無知)하다고 보는 무리들이 오히려 무지막지(無知莫知)할 따름이다.

      그래서 작금의 진행상황을 대중의 잣대에 따라 O×문답형으로 풀어 보자. 나랏돈을 받는 이들이 작당을 지어 남의 뒷구멍이나 캐고 귀엣말까지 엿듣는다면 잘 한 짓인가. 두말할 필요없이 ×다. 이걸 미끼로 윗선에선 상대쪽 약점을 잡아 세를 유지·과시하고. 한편으로 실무급은 부당이득을 노렸다면 어떤가. 물론 ×다. 정경유착에다 권언야합 의혹이 있는데도 이것은 제쳐두고 보도한 기자부터 불러 X파일의 입수과정을 따진다면 또 어떤가. 역시 ×다. 애매하고 좀 더 어려운 문제에 접근해 보자. 불법도청으로 얻은 내용은 비록 사실일지라도 불법임으로 법정증거능력이 없다. 고로 이것을 폭로하는 것도 불법이다. 옳은 답인가. (힌트: 통신비밀보호법 16조는 불법도청된 내용을 공개 또는 누설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알 권리란 정보유통 과정에의 참여. 취득. 공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조야(朝野) 법조계도 설(說)이 갈린다.) 여기서 대중은 일견 헷갈린다. 그러나 대중의 정서는 O보다 ×가 많다. 통술집 여론의 대세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란 이른바 육하원칙을 놓고 짚어 보자. 대중의 관심사는 사실 물을 것도 없이 ‘누가. 왜’란 도청행위와 이유보다 도청내용인 ‘무엇을’에 더 기울어져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는 열외다. 수사 주체(처리 주체)가 ‘누가’ 되느냐와 방향에 관해서도 정치권은 알권리 충족과 실정법과의 충돌. 보안상 애로 등의 이유를 대지만 대중은 그저 웃을 뿐이다. 특검제니 한시적 특별법이니 초장부터 논란을 벌이는 것을 보면 하세월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토론하자면 일년 열두달로도 모자란다.
    따라서 결론을 맺자.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 작금의 상황은 연정(聯政)인지 연정(戀情)인지 모르겠지만 야당의 여성대표에게 구애편지나 띄울 때가 아니다. 특명으로 조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불법에 불법이 겹쳐졌는데도 여야가 이해득실을 따져 ‘법대로’ 운운하는 것은 ‘입맛대로’하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통치행위(統治行爲)는 이때 필요하다. 적어도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하겠으나 이번 만큼은 그래도 공익이 우선이다. 철저하게 까발려 한 시대를 넘고 가야한다. 그리고 서둘러야 한다. 도청테이프가 무더기로 발견된 탓인지 공교롭게도 X파일의 비리 의혹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모재벌의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늦어질수록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경우의 수로 방정식풀듯 추리소설(?)이 양산될 수 있다. 대중의 답은 나와 있다. ‘공정하게. 낱낱이. 그리고 빨리’를 원한다.

    이선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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