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특별히 나쁜 국민'은 없다

  • 기사입력 : 2005-07-01 00:00:00
  •   
  • 박승훈 정치부 차장대우

      정부의 정책 중 가장 시민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부동산 정책이다. 그 다음은 각종 개발정책이다. 그러나 개발정책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여전히 부동산 투자(혹은 투기)적 관심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부동산 정책. 답이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찬 명제를 지난달 20일 제시했다. 그러면서 그 답을 8월말까지 국민들에게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투명한 거래 △초과이익 환수 △공공부문의 역할 확대 등 이른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3원칙’을 제시했다.


      김수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정부가 찾는 답은) 정권이 바뀌어도. 혹은 경기가 나빠져도. 심지어 천재지변이 나더라도 바뀌지 않는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권장할 것과 금지할 것을 명확히 제도화하는 것이다. 실수요자는 권장·보호하되 투기이익은 환수하는 원리가 자리잡아야 한다. 제도로서 절차로서 더 이상 투기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8월의 답’이 갖출 모양을 미리 보였다.


      노 대통령은 또 28일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며 강력한 정책을 준비 중”이라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부동산 정책을 통해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노 대통령은 “전세계 부동산 가격이 다 올라도 한국은 올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발언은 이미 선전포고 이상이다.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만들어온 부동산 정책의 근저에 있는 인식들이 더 강화된 형태의 정책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청와대와 정부의 인식을 좀 더 솔직히 표현하면. 정부정책의 방향은 옳은데 ‘일부 나쁜 국민들’ 즉 투기꾼들에 의해 정부정책의 결과가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옳은 방향의 정책을 더욱 강력히 밀고가면 결국은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신념과 확신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이 일시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특히 한국과 같이 돈을 번 대부분의 사람이 부동산을 통해 재미를 본 것이 이미 전 국민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학습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가 지나고 나면 꼭 부동산 폭등을 경험한 국가에서. 5년 임기의 절반을 넘긴 대통령이 2년반동안 실패한 정책을 다시 밀어붙인다고 그것이 시장에서 제대로 효력을 볼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정부가 최강을 칼을 뽑아도 2년반만 버티면 다시 부동산의 폭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과거의 학습효과를 더 믿고 버티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얼마나 개발이익을 환수하면 사회적으로 적정하고 개발의욕도 떨어뜨리지 않겠는가. 공공과 시장이 어떻게 역할분담을 할 것인가. 실거래 신고제도를 도입해도 거짓없이 파악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들이다.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전체가 어긋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나 개발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의 틈 속에서 어떻게 부동산 투자(혹은 투기)로 돈을 벌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국민들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우리사회의 가장 일반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은 고위관리들의 재산증식 등록과정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의 자본주의는 이미 충분히 천민적이다.


      당위로서 현실을 이기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전쟁에서 이기려면 그 전장인 시장에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이겨야한다. 정부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시장은 시장이다. 정부가 스스로 진흙 밭에 들어가야 한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