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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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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공공기관 이전의 딜레마

  • 기사입력 : 2005-05-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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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훈(정치부 차장대우)

        5월 말로 예정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두고 지방자치단체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는 일단 5월 28일 총리와 시도지사의 이전협약(MOU)체결을 통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최종 그림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28일의 이전협약은 31일 정부가 발표하는 이전내용에 대해 시·도가 모두 이의없이 수용하기로 하는 협약이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회 건설교통부에 각 시도별 이전대상 기관에 대한 사전 보고를 하고 국회차원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공공기관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방침이 워낙 확고하니까 지방이전에 대해 대놓고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 기관의 노동조합은 이전에 대해 여전히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건교부가 각 공공기관에 자체 희망지역을 조사해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들은 마지 못해 이전할 경우라도 강원도와 충청도 등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이전하겠다는 희망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관광공사 등 10개의 대규모 공공기관에 대해 1~4순위까지 이전 희망지역을 조사한 결과. 경남은 10개 기관 모두에서 4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부산·전남·광주 등 수도권에서 지리적으로 먼 자치단체들도 경남과 비슷한 결과를 받았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흐름속에서 중앙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와대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전 등 몇몇 대규모 공공기관에 대한 지방간의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큰 틀 자체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며 지방의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이 수석은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획기적 사안이 지역간의 경쟁과 수도권과 해당기관의 반대 속에 표류하지 않도록. 지역이 선 협조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은 이들 10개 기관중 한국전력과 도로공사의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들이 이전 희망을 하고 있고. 도로공사도 대구 광주 충북 경북 경남 등 5개 자치단체가 경합하고 있다. 정부도 배치방식에서 공공기관 이전의 △정부에 의한 일괄배치 방식 △기관-지자체간 합의 방식 △지역별 할당제(드래프트)란 3가지 방식 중 정부에 의한 일괄배치를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기관-지자체관 합의방식의 경우 외형은 좋으나 내용에 있어서는 수도권에서 먼 경남 등 자치단체의 경우 기관에 의해 배제되어 공공기관이 수도권 주변 자치단체에 집중하는 불합리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별 할당제도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내의 발전요인 등과 효과적 결합에 적절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일괄배치도 지방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배제된 상태에서 중앙정부가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라는 사업의 대의에 걸맞지 않은 형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 방식이 내용에 있어서의 합목적이라는 결과를 얻는데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공공기관 이전에 관한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공동의 협조자이면서 동시에 좀 더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자치단체간 경쟁자의 관계에 있다. 이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협조의 관계이며. 경쟁의 관계는 부차적 사안이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자치단체별 이전이 결정되고 나면 그동안의 협조에 대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어느 기관이 어디로 이전하느냐는 경쟁의 결과만 남을 것이다. 여기에 자치단체의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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