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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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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새 교황 탄생과 향후 과제

  • 기사입력 : 2005-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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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독일출신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제265대 교황으로 선출돼 바티칸을 비롯한 세계 곳곳이 축제 무드에 한껏 젖어 있다. 각국들은 새 교황 탄생을 축하하면서 바티칸이 교황을 중심으로 하여 세계 평화에 기여해 줄 것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4일 공직 취임식을 갖고 11억 가톨릭계를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다.


    초(超)보수주의자의 길을 걸어온 라칭거 추기경을 교황으로 뽑은 것은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가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대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고 가톨릭이 흔들리지 않는 도덕적 가치관의 중심에 서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바키칸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언제까지이고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며.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어떻게 수용해 나갈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새 교황을 배출한 독일에서는 환호하는 목소리과 반대하는 여론이 공존한다. 즉. 한 시사주간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의 선출을 반대하는 사람(36%)이 지지하는 사람(29%)보다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인 배경을 보면 독일은 종교개혁의 진원지이므로 전통적으로 프로테스탄트의 세가 강한 점과. 최근들어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4억8천만명이란 대최 가톨릭 신자를 둔 중남미 제국(諸國)에서도 그들의 역내 출신 교황 탄생의 꿈이 사라지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성향을 보이는 이 지역 가톨릭 국가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다. 1억4천여만명의 신자가 있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흑인출신 교황이 선출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했지만 이러한 기대가 무산되자 못내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 언론들은 신임교황의 이력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선에서 교황관련 보도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뜻있는 세계인들은 가톨릭이 현대사회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구 시대적인 교리 해석으로 부동(不動)의 원칙만 내세움으로써 스스로 위기에 직면했다며 걱정하고 있다. 탈(脫)기독교 문명을 추구하는 바람이 일고 있음은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杞憂) 차원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예를 들어. 4년전 28%에 달하던 스페인 젊은층 기독교 신자 수가 오늘날 14%대로 크게 줄어든 점과.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의 성당 참석률이 40여년 전에 비해 그 절반으로 떨어진 것은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제적 증거라는 것이다. 바티칸의 견고한 중앙집권적 관료주의가 분권과 변화의 물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향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을 것이다. 먼저 생명윤리에 대한 문제이다. 줄기세포 연구 및 인간복제에 대해 수용해야 한다는 세계의 거센 여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인공유산과 가족계획용 피임.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여성들의 사제서품 요구 등 성직 진출 문제가 핫이슈로 등장했으며. 이것에 대한 처방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뿐만 아니라 성직을 버리는 신부와 수녀들이 증가하는 등 교회의 세속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도 큰 관심거리이다. 동시에 미국내 사제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실추된 가톨릭의 위신 회복 문제와. 남미에서의 개신교. 아프리카에서의 이슬람교와의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신자수 경쟁 문제 및 타 종교간 긴장관계를 풀어나갈 해결책도 모색해야 할 입장이다.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은 것들로서. 자칫 잘못 하다가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현안이라고 생각된다.


    교황의 자리는 실로 막중하기 그지 없는 지위다. 하느님의 종으로서 예수그리스도의 대리자일 뿐만 아니라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다. 또한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며 서유럽의 총대주교요. 로마 주교이면서 바티칸시국을 대표하는 원수이기도 하다.

    이제 교황은 가톨릭 교계만의 지도자가 아니라 세계인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인류 평화의 메신저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새 교황은 전쟁이 있는 곳에 평화. 좌절이 있는 곳에 희망. 박해가 있는 곳에 사랑의 씨를 가득 뿌려 행복의 웃음 넘치는 지구촌 만들기에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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