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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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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한국 근대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

  • 기사입력 : 2005-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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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훈 정치부 차장대우

    청와대와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찬·반. 격려·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30일 동북아 균형자론과 관련된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하면서. “참여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열강의 패권 경쟁의 장(場)이었던 한국 근대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동북아 평화번영이라는 미래 비전이 현재의 종합적 국가 역량과 융합되어 제시된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통절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근대사는 넓게는 일본과의 강화도조약에서부터 한일합병에 이르는 50여년의 기간이지만. 좁히면 일제가 한반도의 지배권을 위해 도발했던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있었던 1895~1905년의 10년 동안일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이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립하던 시기에 당시 우리정부와 정치권도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 때 위기에 대응한 방식이 100년이 지난 지금 ‘통절한 반성’의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자 고종은 1897년 2월 러시아 공사관에서 환궁한 후 칭제건원(稱帝建元)을 추진. 8월에 연호를 광무(光武)로 고쳤으며. 1897년 10월 12일 황제즉위식을 올림으로써 대한제국을 선포했다. 우리 역사상 가장 국력이 약했던 시기에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이름의 국가인 ‘제국’이 성립된 것이다.


    청일전쟁 후 러시아의 간섭으로 좌절을 맛본 일본은 러시아와의 일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1902년 영일동맹을 체결하자 러일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안 정부도 1904년 1월 국외중립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이러한 중립선언을 무시하고 러일전쟁이 시작되자 서울을 점령하고 1904년 2월 23일 대한제국을 위협하여 한일의정서를 체결하였다. 1905년 11월 17일에는 을사늑약을 체결하여 외교권을 강탈하였다. 1910년 8월 29일 한일병합조약이 공포됨으로써 대한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국호는 다시 조선으로 바뀌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 역사의 장면들이다. 동북아 균형자론도. 일어나는 중국과 군사대국으로 전환하려는 일본의 동북아 패권경쟁을 전제로 제시된 것이다.


    100년 전 힘없는 제국의 선포와 자위력 없는 중립선언이 통절한 반성의 대상이라면. 지금 21세기 우리는 어떻게 동북아 패권경쟁에 대처해야 할까. 그 고민의 소산으로 청와대가 제시한 전략이 동북아 균형자론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주변국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가능성 없는 구상”이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청와대는 “우리는 전쟁을 추구한 적이 없는 전통적 평화세력이며. 이미 세계 10위권의 중견 경제력을 확보하고 자위적 국방역량과 안보협력을 확충해 가고 있다”며 “명분과 실력에서 100년 전과는 확실히 다른 입장에 있고. 여기에 기초해 균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찬·반 논의 쟁점의 하나는 미국이 일본을 과거의 영국처럼 지원해 대륙을 상대로 한 봉쇄적 정책을 수행하느냐 않느냐는 점이다. 청와대는 미국이 과거 영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것과 같은 적대적인 봉쇄정책의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통합적 안정질서라는 것이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한·미·일 남방삼각동맹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말 자체가 냉전적 사고의 소산이라고 지적한다.


    동북아 역내 경쟁자로서의 중국·일본이 다투는 양상이 되면 그 가운데서 한미동맹에 기반한 균형자로서의 우리의 역할이 충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우리 입장을 힘센 이웃들에게 밝혀도 좋을 만큼 당당해진 것인가.


    박승훈 정치부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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