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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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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반민족적 친일 망언

  • 기사입력 : 2005-03-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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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는 오히려 행운이고 축복해야 할 일이며 일본인에게 감사해야만 할 것이다.” 일본 극우주의자의 상습적인 말이 아니라 고려대 교수를 지낸 한승조씨의 반민족적 친일 망언이다. 정말 이 글이 대학 교수를 지낸 한국 지식인에 의해 작성된 것인지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렇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는 우익 성향을 보이는 일본 월간지 ‘세이론(正論)’ 4월호에 앞의 주장과 함께 “전쟁중에 군인들이 여성을 성적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며. 그것도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이었다. 그런 희생자가 수만 수십만명이었다면 육하원칙에 의거해 명확한 증거를 찾아 정식으로 논의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는 데도 그런 치욕을 받았다는 노파를 데리고 나와 과장된 사실을 내세우면서 몇 번이나 배상을 요구하는 게 고상한 민족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의 망설에 너무나 기가 차고 분노가 치민다. 어떻게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전쟁에 희생된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노파라고 비하할 수 있는가. 그리고 희생자들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가 있는가. 일본이 ‘종군 위안부’에 대해 행한 비인간적 인권유린과 관련 자료를 숨기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육하원칙에 의거한 명확한 증거를 찾아낼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희생당한 당사자들의 증언만큼 명확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만약 그의 어머니가 ‘종군 위안부’로 희생당했어도 그러한 주장을 펼칠 것인지 그에게 엄히 묻고 싶다.


    그는 “당시 일본이 조선을 안 먹었으면 러시아가 먹었다. 러시아가 먹었으면 오히려 공산화가 되고 스탈린의 민족분산 정책으로 한민족은 뿔뿔이 흩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식민지배가 오히려 나쁜 것이 아니고 민족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리고 3.1운동에 대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은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일 양국의 인종적 또는 문화적 뿌리가 같다는 점이며. 이때문에 한국의 민족문화가 일제식민통치기간을 거치면서 더 성장·발전·강화됐고.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인의 성장·발전 의욕을 크게 자극해 한국인의 문명화에 크게 공헌했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진정한 한국인이라면 그의 이 말에 동의하거나 귀 기울일 자가 누가 있겠는가.


    그의 이러한 주장들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항시 내세우고 있는 바와 그 맥락이 닿아 있다. 그들은 식민지배를 통해 조선을 개화시켰으며. 한국이 발전한 것은 자신들이 남긴 법과 제도 덕분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말도 안되는 주장을 답습하는 한승조씨야말로 부활한 일본 제국주의자의 망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제 강점으로 인해 애국지사들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일제가 인권유린·재산침탈·창씨개명·사상억압 등등 우리에게 저지른 온갖 악행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막힐 지경이다. 조국광복의 일념으로 기꺼이 목숨을 던진 선혈들의 핏자국이 아직도 우리 가슴 속에 선연히 남아 있지 않은가. 그러함에도 조국과 민족의 뼈아픈 역사를 오도하고 왜곡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그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접쓰레기만도 못한 망발에 불과할 뿐이다.


    한승조.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 보수세력의 대변자로 자처해 온 정치학자였다. ‘한국적 민주주의론’을 주창해 유신헌법을 지지함으로써 박정희 독재정권을 옹호했으며. 전두환 군사정권에 우호적 협조를 함으로써 3개의 훈장을 받은 바 있다. 한 마디로 그는 군사독재정권의 논리를 개발해주고 일신의 영달을 누린 자라 할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일본의 시사 논평지에 “노무현 대통령은 좌익정권이고. 노 정권의 의도대로 국회에서 과반수를 획득하면 북조선이 주창해온 연방제 통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모든 조건이 완비되고 적화통일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빗발치는 여론의 힘에 밀려 “적절치 못한 단어와 표현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책임을 깊이 통감. 고려대 명예교수직을 사임하고 향후 모든 대외활동을 삼가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이 말이 참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믿기 어렵다. 그로 인해 국민들은 치솟는 분노와 함께 깊은 상처를 받았다. “저러한 사람이 나와 같은 한국인이란 게 부끄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민족적 친일 망언자는 두번다시 나타나지 말아야 하며. 그러한 자는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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