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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부산·진해신항

  • 기사입력 : 2005-02-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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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점호(객원논설위원·경남문화연구원장)


    우수(雨水)가 지나고 경칩(驚蟄)도 얼마 남지 않은 남해 바닷가에는 벌써 장다리와 유채꽃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잔잔한 파도가 바위를 핥고. 남풍이 보리밭을 쓸고 가는 소리에서 봄기운이 느껴진다. 따스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정겨움으로 가득한 동백꽃 또한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반갑다.

    남녘 땅의 보리밭 이랑을 따라 북상하는 온풍은 곧 전국으로 퍼져 온 산야에 새싹이 돋아나고 동물들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봄은 역시 남해바다에서 시작되는가 보다.


    그러나 남해 봄바다의 아름다운 서정(敍情)을 망칠 ’내땅 네땅’ 하는 전쟁 아닌 전쟁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진해 용원과 부산 가덕도 일원에 조성중인 신항만 명칭을 놓고 경상남도와 부산시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땅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역사적으로 경남에서 태동한 광역도시로서 지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한 뿌리가 아니던가. 경남과 부산은 행정구역을 넘어 정책 전반에 걸쳐 공동연구와 협력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면 어느 지역보다도 경쟁력과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1천200가구 경남 어민들이 자자손손 살아온 생계터전인 신항에 부산시가 말뚝을 박고 자신들의 문패를 내다 걸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재 조성되고 있는 신항지역은 전체 사업면적 507만평 중 경남(진해) 땅이 전체면적의 82%인 415만평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지리적 여건이나 항만 면적 비율로 봐서도 신항명칭은 마땅히 ‘진해신항’이다.

    하지만 지역화합 차원에서 크게 양보한다 해도 최소한 ‘부산·진해신항’은 되어야 한다. 부산시는 부산항을 동북아의 허브(Hub)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신항을 조성하는 만큼 ‘브랜드 파워론’을 내세우며 ‘진해’라는 지명을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뉴욕·뉴저지항. 프랑스의 마르세이유·포오항. 국내에서도 평택·당진항. 천안·아산역 등 양 지역에 걸쳐 있을 경우 두 지역명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 예는 흔치 않던가.


    이웃 중국의 상해항 등 경쟁관계에 있는 항만들이 시설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며 우리를 추월하려는 마당에 경남도와 부산시가 신항의 명칭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참으로 옳지 않다. 경남의 입장에서 보면 신항 면적의 대부분이 경남 땅인데도 명칭까지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 개발의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항 배후지역에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이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신항 명칭도 자연스럽게 경제자유구역과 일관성 있는 명칭이 효과적일 것이다. 신항의 명칭을 경제자유구역의 명칭과 동일하게 해야 혼선을 방지할 수 있고. 외자유치와 포트세일즈를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무역항 ‘부산·진해신항’이 내년 1월이면 역사적인 개항을 한다. 우선 3개 선석이 개장되어 본격 신항만 시대가 열릴 예정이다. 따라서 경남도민과 부산시민 모두가 신항만시대 개막에 부푼 기대와 열망을 안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개항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항만 명칭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 경제자유구역 같은 각종 명칭문제와 대내외 홍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항을 둘러싼 경남도와 부산시의 첨예한 갈등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만큼 경남도와 부산시는 하루빨리 명칭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양 시·도의 첨예한 대립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 동북아 허브항으로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짐을 왜 모르는가. 국가발전과 지역간 화합 및 공동발전의 상징이기도 한 ‘부산·진해신항’이 하루 빨리 완공되어 우리 나라가 세계로 향한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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