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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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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지사가 나서서 해결하라

  • 기사입력 : 2005-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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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진숙 논설주간

    경남도가 ‘도로대장 전산화용역’사업의 입찰추진 과정에서 당초 명시돼 있던 도내 IT업체 공동도급 의무조항을 삭제하려 함으로써 관련 업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설계용역 분야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지역업체 참여 의무조항을 없앤 것으로 밝혀져 도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경남도는 왜. 무슨 의도로 이렇게 하는가. 이것이 도민을 위한 위민행정이란 말인가.


    도로대장 전산화 용역사업 예산 84억원 가운데 70%는 경남도비로 이루어 있다. 그렇다면 예산액 비율만큼의 사업을 도내 IT업체들이 맡아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아니. 그렇게는 못한다 할지라도 최소한 40%정도는 보장돼야 한다. 그러려면 공동도급 의무조항을 입찰조건으로 내세워야 함을 물론이다. 그런데도 경남도는 명시돼 있던 의무조항을 삭제했거나 그렇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옳은 일인가를 도민들에게 한번 물어 보라. 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대답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는지 의문이다.


    도내 업체들이 여타 국내업체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찰에 응하라는 것은 한 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수도권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력과 힘. 관련정보가 취약한 도내 업체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들과 똑 같은 조건하에서 입찰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탈락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지난해 말 발주한 ‘가조~가북간 도로확장포장공사 조사측량 및 실시설계 용역’과 ‘금성면 해안도로 개설공사 책임감리용역’에서 모두 서울 업체가 낙찰받은 사실은 지역업체 보호조건 없이 무장해제된 채 경쟁할 때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명명백백하게 증명해주는 사례가 아닌가. 경남도는 이러한 사실을 모를리 없을 터인데 지역업체 사업참여 보장 의무조항을 없애버린다는 것은 도내 업체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웃 울산시 울주군은 ‘도로대장 전산화작업 용역’을 발주하면서 울산광역시에 있는 IT업체가 도급액 40%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었다. 부산시 기장군이 ‘하수관거 정비공사 전면 책임감리용역’을 맡기면서 지역업체 공동도급비율을 49% 적용토록 했고. 울산광역시도 ‘진입도로 실시설계용역’사업에서 역시 지역업체 도급비율을 49% 보장해 주었다. 충남·북과 강원도. 대전·인천광역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도급액 30%에서 최고 49%까지 해당 지자체 내의 업체가 필수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조항을 두어 관내 지역업체들을 적극 지원·보호해 주고 있다. 건설공사의 경우 40%~49%까지 공동도급할 수 있도록 행자부 예규로 규정해 시행중이다.


    이처럼 다른 지역 지자체는 경남도와는 달리 지역업체 참여를 보장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번 물어보자. 이들 지자체에서는 가능한 일을 경남도는 왜 시행하지 않는 것인가? 이들이 행자부가 내려보낸 ‘회계실무교재’에 기술용역 입찰공고때 지역업체와의 의무도급 문안을 삭제한 사실을 몰라서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지자체들은 지역업체를 살리기 위해 이러한 내용에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공동도급 의무조항을 계속 적용하고 있는데 왜 유독 경남만 무시해도 좋을 내용을 마치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떠 받들어 충실히 따르고 있는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다.


    도내 기술용역업체는 90여개이며. 1천500여명이 이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런데 일감이 부족해 급여는 물론 사무실도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없을 만큼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쓰러질 업체가 얼마나 될는지도 모른다는데 경남도는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만 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김태호 지사는 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입만 열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들먹이면서 오히려 지역업체 앞길을 가로막는 이 기막힌 현실을 보고도 모르는 척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합당한 명분이 있다면 도민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 아닌가.


    입술 부르트도록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김 지사가 나서서 이 현안을 즉각 해결하라. 만일 귀와 눈을 막고 계속 모르는 척할 때에는 도민들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그를 도지사로 뽑아준 것은 경남도를 위한 최선의 위민행정을 펴 달라는 뜻에서였다. 그런데도 이러한 도민의 뜻을 외면한다면 어떻게 그를 도지사로 믿고 따를 수가 있겠는가. 그에게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업체의 아우성이 들리지도 않는가. 삭제했거나 삭제하려는 공동도급 의무 조항을 즉시 원상회복시키도록 하라. 도민 여론을 무시하고 끝까지 도내 업체들의 용역사업 참여 보장 길을 막는다면 향후 이것으로 인해 발생되는 일체의 책임을 김태호 지사는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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