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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희망의 나무를 심자

  • 기사입력 : 2005-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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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는 참으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국내외적으로 볼 때 크고 작은 일들이 활화산처럼 폭발해 필설(筆舌)로 헤아리기에 숨가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우리 헌정 사상 최초로 기록된 대통령 탄핵과. 이것으로 인한 심각한 국론분열현상. 그리고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들 수 있다. 희생자 수를 아직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금세기 인류 최대의 재앙이며. 피해복구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돼야 할지 모른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을유년 새해의 태양이 수평선을 뚫고 불끈 솟아올라 오늘로써 그 7일째를 맞았다. 정초가 되면 으레 지난해의 삶의 궤적을 돌이켜 보며 회한과 반성의 시간을 갖게 마련이다. 못다 이룬 일들을 성취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은 아궁이에 희망의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한 해의 첫 태양을 가장 일찍 가슴에 품으려고 밤새워 동해안으로 지리산으로 달려간 해맞이객들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음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한 우리의 열망이 얼마나 지극하고 열렬한지를 말해주는 증거라 할 것이다.


    삶이 곤궁하고 고달플수록 이것을 극복하려는 인내의 마음도 더욱 강렬해지는 법이다. 만일 우리에게 희망이란 파랑새가 없다면 그것으로 이 세상은 끝장나고 말 것이다. 생각해 보라. 지금의 어려움이 미래에도 그대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 어느 누가 절망하지 않겠는가. 희망이란 빛이 완전히 꺼져버린 상태에서의 절망은 곧 파멸을 의미한다. 아무리 생이 힘들더라도 가슴속에 희망의 싹이 숨쉬는 한 언젠가 그 싹에서 소망의 꽃을 피울 날을 반드시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희망. 그것은 저 먼 하늘 위에 있는 것도 아니요. 깊고 깊은 땅속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속에 숨쉬고 있는 것이다. 비록 온갖 고난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하나하나 침착하게 대응해 나가도록 하자. 신이 우리를 이 세상에 탄생시키면서 고난과 영광의 길로 향하는 두 개의 씨앗을 동시에 심었을 것이다. 이 두 갈래 길은 신이 인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불굴의 투지로 이겨낸다면 영광의 길로 접어들 수가 있겠지만. 지레 겁을 먹고 절망한다면 고난의 삶이 연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19세기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은 그의 시 ‘삶’에서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곧 기쁨의 날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괴로운 것/ 마음은 늘 미래에 사는 것/ 그리고 또한 지나간 것은/ 항상 그리워지느니…”라고 노래했다. 그렇다. 아무리 어려웠던 과거라 할지라도 돌이켜 볼 때에는 그립고 소중한 추억임에 분명하다. 현재의 슬픔이 깊을수록 이것을 극복한 후의 기쁨은 그 몇 배로 증가되는 것이다. 미래는 곧 희망이요. 그래서 우리의 마음도 으레 미래를 지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망은 희망의 씨앗/ 천길 낭떠러지에/ 소망의 나무가 자라고/ 남극 얼음장 아래/ 향기 품은 꽃눈이 숨쉬느니/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깝듯이/ 고난의 파도가 거세면/ 피안의 등대불 더 밝게 빛나는 것/ 행불행(幸不幸)은 마음의 조화/ 가슴에 희망의 나무를 심고/ 을유년 새해를 열어나가자” (자작시 ‘희망의 나무’). 절망이 존재하기에 희망이 더욱 찬연할핳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절망의 숲을 헤치고 나와 희망의 샘물을 마실 때 그 맛이 얼마나 감미롭겠는가. 고난의 가시밭길을 지나 행복의 섬에 당도할 때 그 뿌듯함 또한 얼마나 가슴 벅찬 것이겠는가. 절망과 고난이 있기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절망은 희망의 씨앗이라 할 수가 있다.


    을유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희망의 나무 한 그루를 심자. 지난날 우울했던 그림자를 새해 햇살로 말끔히 씻어내고 밝은 얼굴로 세상을 보자.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경제난도 실업난도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자. 무엇이 문제이며 그 처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극복해 내려는 의지만 있다면. 그 처방대로 실천만 한다면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내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생각하고 나라 발전을 다함께 기원하면서 희망의 나뭇가지에 화합과 단결의 등불을 높이 달고 화해와 원융(圓融) 정신으로 하나가 되자. 이것이 바로 국민통합이요. 국력신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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