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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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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짧은 분단 긴 통일

  • 기사입력 : 2004-12-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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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훈 (사회부 차장대우)

    겨레와 나라가 외세에 의해 둘로 나뉘어진지 60년이다. 2세대가 흘러갔다. 김대중 정부의 6·15선언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공존 정책으로 분단의 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60년의 분단은 긴 역사의 맥락에서 보면 짧은 시기이지만 개인의 삶의 기준에서 보면 분단으로 인한 인생의 굴곡과 운명의 오르내림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개인과 가족을 몰아치기에 충분한 기간이었다. 특히 분단시대를 극복해야 할 임시적 상황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분단은 참기 어려운 당위의 아픔으로 다가왔다.


    분단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체념한 더 많은 국민들에게도 분단은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요구했다. 서쪽의 개성과 동쪽의 금강산에서 분단시대를 극복하려는 남북협력의 노력들이 가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과정은 분단시대의 법적 청산방식에 관한 우리 사회 두 세력의 갈등의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여당 간사의 손바닥 진행으로 상정된 국가보안법 폐지안은 결국 연내에 처리하지 않는 것으로 여당이 한발 물러난 상태다.


    분단의 고착이 극심하던 60~80년대의 남북 화해협력 논의는 민족적 차원의 당위의 문제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미국의 군사적 우산 속에서 경제발전이 우선이라는 논리가 압도적으로 강했던. 전쟁과 이념 갈등의 물리적 피해를 입은 국민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그 시절에 분단극복의 문제는 당위의 문제이며. 먹고 사는 현실적 문제에 늘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남과 북의 사회·경제적 능력의 차이가 30대 1이라고 이야기되는 등 통계화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현실에서 분단극복의 문제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문제가 되었다. 중국과 제3국을 통한 탈북자의 행렬이 줄을 잇고. 외국 정보기관과 언론은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한 우려를 오래전부터 지속 제기하고 있다.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북쪽의 정치·경제적 붕괴는 고스란히 남쪽의 부담으로 될 수밖에 없다. 1천만명의 이산가족이 아직도 남북으로 흩어져 살고 있는 현실에서 붕괴된 북한의 재건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엄청난 부담으로 가뜩이나 힘든 남쪽 경제상황을 압박할 것이다.


    분단과 냉전의 논리에서 파생되는 대결논리의 귀결로 북한이 붕괴될 경우, 남한은 이기고 민족 전체는 패배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후유증은 전쟁 피해에 못지 않을 정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한 평화공존과 통일의 순서는 이제 민족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내부의 분단주의자와 외부의 이른바 신보수주의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분단 종언과 민족생존의 길을 찾아가는 일은 지금 정치권과 국민 모두에게 부여된 시대적 책무일 것이다.


    북한을 한쪽의 잣대로 평가해 선을 긋기보다는.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로부터 출발해 민족의 생존방법을 찾는 현실 정치적 접근방식이 절실하다. 남과 북의 사회·경제적 교류의 양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법률적 정비를 하는 것은 60년의 분단시대를 끝내고 21세기 새로운 민족 존재방식의 정치적·법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남북화해 협력은 당위의 문제로. 정치적 수사의 문제로 반복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존재의 문제로 경제적 생존의 문제로 되었다. 남북간 점증하는 상호의존적인 경제상황에 대한 현실을 외면하고 냉전적·분단적 구태의 인식으로 남북의 문제를 생각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정치적 소모전을 계속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 천만부당한 일이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은 북한 공산독재정권을 돕는 좌익적 행위라는 식의 유치한 논리는 이제 그만두자. 21세기. 다음 세대의 삶이 좀 덜 힘들도록 지금 우리가 어른스럽게 생각하고 좀 더 멀리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이제 긴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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