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8일 (수)
전체메뉴

[금요칼럼] UR 10년의 교훈

  • 기사입력 : 2004-12-03 00:00:00
  •   
  •  나택진 논설위원


    쌀개방 협상의 시한기간인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만 진통을 겪고 있는 오늘이다. 지난달 24일 제7차 한미간 쌀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미국과 협상을 매듭지은 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는게 우리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관세유예기간 연장을 목표로 하는 우리에게 나라별 수입량 배정문제가 협상 막판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면서 각국은 자국산 수입물량의 확대와 이의 시판을 늘릴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 중 하나다. 내년부터 외국 쌀에 대해 관세를 매겨 수입을 개방하든지 아니면 다시 수입 개방을 연기하는 대신 의무적으로 수입물량을 늘리는 양자택일인 것이다. 이를 두고 어느 쪽이 유리한가에 대한 격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쌀시장 완전개방으로 우리 농업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기에 식량안보 차원에서 어떻게든 연기해야 한다는 시각에 맞서 개방을 미루는 대가가 너무 커 이참에 완전개방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드높다. 현재까지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협상국들이 관세화 유예에 따른 의무 수입물량을 국내 소비량의 8~8.9%를 높일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조건이라면 차라리 30% 정도의 관세를 매겨 수입을 개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년 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우리와 함께 관세화를 유예받은 일본은 유예 허용기간이 끝나기도 전인 1999년에 자진해서 관세화로 갔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 무엇에 앞서 쌀시장 개방이 단순히 경제적 이해득실의 측면에서 결정되어서는 아니됨을 지적하는 드높은 목소리를 우리 사회는 경청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농업은 식량안보적 차원에서 강구되어야 함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UR시행 10년이 흘렀건만 작금의 우리 현실을 되돌아 볼때 문제의 심각도를 더해준다. 쌀개방으로 인한 농촌회생 대책으로 엄청난 투자를 했다지만 그 당시와 거의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우리 농업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협상의 선결과제로 국민적 합의 요구 등이 단골메뉴로 재등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국민들의 식생활 변화와 우리 농산물 애용의식 퇴조로 1인당 쌀 소비량만 두드러지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을 뿐이다. 결국 오늘의 상황이 충분히 예고됐음에도 허송세월을 보낸 꼴이다. 쌀 딜레마가 10년 전과 대동소이한 처지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 10년이 지났다. 그 당시 난무하던 무지개 빛 각종 대응책은 정부의 외면과 거듭된 실정으로 정착되지 못한 채 우리의 농업과 농촌은 시장개방의 홍수속에 익사 직전에 놓여 있다. 오늘의 농촌현장이 이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개방화의 물결속에서 저렴한 외국산 농산물로 우리의 농업은 흉년의 아픔은 말할 것도 없고 풍년의 시름마저 겪으면서 젊은이들이 떠나 버렸다. 이에 비해 우리 사회의 대응책은 이에 미치지 못해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게다가 우리 농산물의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국가간 무역협정인 FTA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국가경제의 견인차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FTA는 미룰 수 없는 현안과제로 부상돼 있는 가운데 쌀시장 개방마저 피할 수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세화냐 유예냐라는 선택의 길목에 이제 우리는 서 있다. 쌀시장 개방의 파고로 무너져내리는 우리 농업기반을 보완하기 위한 획기적인 농정쇄신의 정착이 더없이 절실한 오늘이다.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지키겠다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 구현과 아울러 우리 농업 경쟁력 강화에 사회적 총력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결코 UR 10년이 허송세월이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재연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