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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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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또 되풀이하는가.

  • 기사입력 : 2004-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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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훈(사회부 차장대우)


    공무원노동조합의 노동3권 쟁취 노력과 관련된 파업으로 전국적으로 수천명을 징계할 것이라고 정부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공무원노동조합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해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노조가 파업을 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무원노조는 정부의 법안은 공무원노조가 공무원 사회의 부패를 청산하며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도 오히려 없애버리는 불합리한 법이라고 주장하고 행정공무원의 총파업이라는 전무후무한 투쟁을 전개했다.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 역사가 되기 전에는 상반되는 주장의 양측 중 어느 쪽이 옳은 지 알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노조법과 관련. 쟁점이 되는 단체행동권에 대한 외국의 사례도 영국과 프랑스는 인정. 독일과 일본은 불인정. 미국은 주별로 인정 또는 불인정하고 있어 팽팽하다.


    지금은 민주투쟁으로 확실한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마산 3·15의거. 광주 5·18의거도 당시에는 좌경세력들의 불온한 준동으로 매도당했다. 마산에 살지 않고. 광주에 살지 않았던 많은 국민들은 당시 정부의 주장을 믿었다. 지금은 정부 노동정책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민주노총도 설립 당시에는 회사를 망해 먹은 투쟁주의자 집단으로 음해되었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스승의 지위를 팽개치고 노동자의 길을 가겠다며 교육을 버린 사람들로 치부당했다.


    지금 되돌아 보면 다 우스운 과거지사지만 그 때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공세 속에 국민들의 판단은 흐려졌었다. 헌법조항이 통일될 때까지 유보되어 실시되지 못하던 지방자치도 엄청난 진통을 겪은 끝에 겨우 실시됐다. 당시 지방자치 반대론자들은 도지사·시장군수를 주민이 뽑고 지방의회를 구성하면 나라가 온통 뒤집혀질 듯이 흥분하며 자치역량이 미흡한 주민들에게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마산과 광주의 희생자가 민주열사로 평가받고. 민주노총과 전교조가 합법화되어 활동하고. 주민이 직접 뽑은 시장·군수가 시군을 경영해도 나라 뒤집히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긴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선출하는 것이 옳고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사람들이 그렇게 강력해서 수백만의 국민들이 넥타이를 메고 아스팔트 위를 달려서야 비로소 대통령 직선제를 확보한 것이 불과 10 수년 전이다.


    이제 과거의 잘못을 쓸데없이 되풀이하면서 국력을 소모하지 말자. 엄청난 국민적 손실을 겪고나서 개혁요구에 밀려서 할 수 없이 제도개선을 하는 어리석음을 그만두자. 필요한 개혁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선도해 가도 갈 길이 바쁘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과 그 전개과정. 옥외집회. 아스팔트와 대학가에서 집회투쟁 등 그 진행되는 모습은 10여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그것과 너무도 비슷하다. 결국 전교조는 합법화되었고 그 때 해직된 선생님들은 당당한 모습으로 복직했다.


    공무원 조직에 엄청난 갈등과 혼란을 주면서. 또 수천명을 징계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공무원의 노조와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별로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현실적 변화가 생기고 그 변화의 주체들이 합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막다가 쌍방에 엄청난 상처를 입고 결국 변화를 인정하는 졸렬한 개혁으로 더 이상 국민을 피곤하게 해서는 안된다. 미리 합리적으로 대화를 통해 틀을 마련하고 개혁의 힘을 내부적으로 안정적으로 흡수해 발전의 원동력을 만드는 그런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보고 싶다.


    나중에 결국 도덕적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지금 법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질서를 위해서는 좋을지 모르나 역사 속에서 보면 가소로운 일이다. 정부의 잇단 강경 방침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숨죽이는 공무원들의 자괴감은 안으로 더 큰 분노로 응어리질 뿐이다. 기자는 공직생활 20년이 넘은 군청 담당이 공무원노조 활동에 그렇게 열심인 까닭을 모른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이유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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