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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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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망하는 법-철밥통 맹신.청탁 난무 'NO'

  • 기사입력 : 2004-09-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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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지사는 표를 의식하고. 국·과장은 노조 눈치 보고. 사무관 이하는 승진을 위한 다면평가나 직위공모를 의식하는 포퓰리즘이 만연하면 경남도는 망할 것이다.”
    김태호 지사가 지난 7월22일 실국원장회의에서 ‘경남도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라’고 지시해 전국적으로 관심을 끈 ‘경남도 패망안’이 16일 공개됐다.


    김 지사가 급변하는 사회·경제환경 속에서 이대로 가면 정말 경남도가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경남도청도 설자리가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경남발전 방향 모색과 책임의식 강화를 목적으로 낸 숙제에 실국별로 제출한 답은 고민한 흔적이 적고 일반적인 수준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8월 한달간 도청 실·국별로 전 직원이 제시한 ‘경남도청 망하는 법’은 329건에 달했으나 중복되는 것도 많아 분야별로는 도청조직 10개. 인사 13개. 직무 33개. 근무형태 16. 정책 17개. 기타 1개 항목 등 90여 항목으로 분류됐다.


    조직 분야에서는 ‘시대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철밥통으로 남을 때’. ‘여론과 인기몰이에 영합한 조직운용’. ‘사무혁신 없이 원가 개념을 도외시한 비효율적 조직’일 때 경남도는 망할 것이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인사 분야에서는 △청탁. 매관매직. 외풍이 난무하는 인사 △줄서기. 지연. 학연. 혈연에 의한 원칙없는 인사 운영 △전문성. 경쟁원리를 무시하고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순환인사 △자기사람 심기로 도청 조직내 파벌을 조성할 때 등 상식선에서 진단할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직무 분야에서는 ‘법과 제도보다는 여론과 인기에 영합한 행정을 집행할 때’. ‘상명하달식. 단순정보전달식의 비생산적 회의를 운영할 때’. 위험부담이 있는 새로운 사업발굴보다 기존업무에 치중’. ‘일상적이고 사소한 업무까지 업무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할 때’ 도청이 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출됐다.


    또 결론은 없고 끊임없이 회의와 보고만 하고 상급자는 책임지지 않고 하급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을 했고. 사리사욕을 위해 일하고 상사에게 아부하거나 예산을 남의 돈처럼 생각하여 아낌없이 집행하는 것이 도청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근무형태에서는 △정책결정시 토론없이 톱(Top) 의견만 따르는 예스맨 △언론기관과 친분 유지로 비판적 보도를 피하려는 형태 △상대방의 허물을 부각시켜 반사적 이익을 얻는 행위 △칭찬은 인색하고 책임은 엄격하게 하는 경우 △승진을 위해 상사의 사생활까지 챙기는 행위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정책분야에서는 예산편성 과정에 도의원이나 최고결정권자의 압력이 있을 때 도청이 망하게 될 것이라는 소신있는 답도 보였고 사업 우선순위보다 정치권과 타협 등 나눠먹기식으로 추진할 경우. 효율성보다는 외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나서거나. 로드맵 등 지나치게 새로운 도정을 만들기에만 급급할 때. 경남의 색깔을 담은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에도 경남도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쏟아냈다.


    김 지사는 “전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실국에서 현 도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뿐 아니라 변화에 대한 도민들의 요구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며 이 자료를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획관리실이 중심이 돼 조속한 시일내에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직무와 업무형태에 대해서는 실국장에게 면밀히 컴토하여 개선안을 마련토록 하고 인사문제와 관련된 지적은 다음 인사때부터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1년 후 이러한 문제점들이 실국별로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종합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청 망하는 방법’을 찾아보라는 김 지사의 발언은 국무총리실에서도 벤치마킹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도민들에게 충격적이면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지만 이제 망하는 방법까지 제출한 도청 공무원들이 이를 얼마나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인지가 과제로 남게됐다. 허승도기자 huhs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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