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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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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이러고도 마산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인가

  • 기사입력 : 2004-04-30 00:00:00
  •   
  •   지난 23일, 마산시의회가 조두남기념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는 등 명
    칭·용도변경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킨 것에 대한 파문이 계속되고 있
    다. 그저께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한 도내 38개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여
    해 구성한 `조두남기념관사태 관련 공동대책위원회` 위원들이 마산시청 앞
    에서 `친일을 옹호하는 마산시의회를 규탄한다`는 글귀의 플래카드를 들고
    기자회견을 한 후 시의회를 항의방문한 것이다.

      지난해, 조두남기념관 건립의 부당성을 제기한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
    구하고 마산시가 밀어붙이기식으로 건물을 완공해 개관식을 갖는 자리에서
    한 시민단체 대표가 시장에게 밀가루를 투척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기념관
    은 무기한 폐쇄돼 왔다. 그러다가 지난 연말, 각계각층을 대표한 시민위원
    회가 구성돼 조두남기념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명칭 변경하고, 더불어 시민
    들의 정서함양에 도움되는 야외음악공연장도 신설키로 하는데 의견을 모은
    바가 있다. 시민위원 중에는 시의원 1인도 있었으며, 그도 줄곧 회의진행
    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주지하다시피, 조두남기념관 건립을 반대한 까닭은 그가 일제때 친일행
    위를 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 마산시는 그 진상을 파악하
    기 위해 중국 연변지역에 시의원이 포함된 조사단을 파견, 생존해 있는 음
    악가 김종화씨(조두남의 제자)를 비롯, 여러 명의 예술인들을 만나 증언
    을 들었다. 조사단이 작성한 최종 보고서를 보면 조두남의 친일행적을 알
    수가 있다. 그럼에도 마산시가 무리하게 개관을 강행하다가 불미스런 사태
    를 초래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마산시의원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민주화의 성지인 이곳 마
    산에다 시민의 혈세로 지은 건물을 친일행위자의 기념관으로 개관해야 한다
    는 말인가? 이것이 시의원들의 진정한 뜻이라고 한다면 어찌 이들을 시민
    의 의사를 존중하는 진정한 대표자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우리 마산시민들은 독재에 항거해 궐기한 3.15의거와 6.10부마항쟁의 발생
    지에 살고 있음을 크나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불의를 용납하지 못하는
    올곧은 정의감을 지닌 시민들이 모여 사는 민주수호의 성지(聖地)가 바
    로 우리 마산이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시민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를 자행하
    고서도 마산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라고 말할 수가 있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라.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어떻게 시민들에
    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는지를. 자신들의 행위가 무엇이 잘못됐는지조
    차도 모른다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듣자하니 부결 이유가 `시의회를 무시했기 때문`이란 말이 들린다. 도대
    체 누가 어떻게 무시했다는 말인가. 듣기에 따라서는 시의회가 집행기관인
    시에 대해 갖고 있던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이 이번 조례안 부결로 나타났다
    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정말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시의회는 공과 사
    도 구분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 아닌가. 그리고 민족정기를 확
    립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수개월 지난 지금에 와서
    뒷다리 거는 행태는 무슨 까닭인가.

      프랑스는 나치에 부역한 자국민 수만명을 형장의 이슬로 보냈다. 그렇지
    만 우리의 경우 민족을 배반한 친일분자들이 부지기수였음에도 단 한 사람
    처형된 사람이 없었다. 한 마디로 일제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
    다보니 친일분자들의 자손은 대대로 부(富)와 영화를 누리지만, 독립운
    동가의 후손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지난날의 비뚤어진 역사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재삼 말하건대, `조두남기념관`과 `노산문학관`을 `
    마산음악관`과 `마산문학관`으로 각각 이름을 바꾸고, 그 용도를 전체 해
    당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개방·확대키로 한 시민위원회의 결정은 `역사 바
    로세우기` 차원에서 내려진 것으로서, 마산시민의 진정한 뜻을 대변한 것
    임을 명심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시민위원회는 마산시의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대신해
    준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뜨거운 감자`를 못본척 외면하면
    서 사실상 직무유기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고마워 하지는 못할망정 재
    를 뿌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이 “그렇고 그
    런 사람 몇명 모인 것이 무슨 시민단체며 시민대표냐”라 비아냥거렸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수수방관한 마산시
    도 그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 시의회에서 자신들을 `무시`한다는 말이 나오
    기 전에 오해를 풀었어야 했다. 마산시의회는 5월임시회에 조례개정안이 재
    상정되면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것이며, 또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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