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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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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누구를 위한 탄핵인가

  • 기사입력 : 2004-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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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국민들이 정치인들로부터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폭발 직전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들은 거듭나기 위한 자기 희생을 두려
    워 하면서 자리지키기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구역질나
    는 구태를 지겹도록 지켜본 국민들로서는 차라리 눈이라도 감아버리고 싶
    은 심정일 테지만 그럴 수도 없어, 분노를 참느라 이래저래 불편한 심기일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놓고 어제 국회 표결을 시
    도했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점거해 개회를 막음으로써 처리
    되지 못했다. 표결시한은 오늘 오후 6시27분까지이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탄핵소추를 해야하는가. 이것은 한 마디로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자당(自黨)의 궁박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
    략적 선택이라고밖에 달리 이해하기 힘들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젊은 의
    장을 중심으로하여 힘을 하나로 뭉쳐 한 발짝씩 더 가까이 국민에게 다가섬
    으로써 지지도가 상승추세를 보이는데 반해 두 야당의 지지도는 정체 신세
    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렇다할 노력들은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어찌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가 있겠는가. 이대로 가다가
    는 공멸한 것이란 위기감에 사로잡힌 야당 소장파들이 당의 개혁을 부르짖
    으면서 전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주장했지만, 거듭나기는 커녕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다가 급기야 대통령 탄핵소추란 카드를 꺼내 들었
    다. 야당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뜻인데, 이것은 결코 4월 총선에서 당당하
    게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모습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은 노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큼 `선거 중립의무`를 위
    반했다고 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상정한 탄핵소추안의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통령이 권력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선거에 개
    입한 것도 아니요, 그저 기자회견때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
    유만으로 탄핵을 한다면 그야말로 헌법에 명시된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란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가 없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외국인
    들은 아마도 어처구니 없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싶
    다. 그 정도의 경미한 사항을 두고 대통령을 탄핵소추하는 나라가 바로 한
    국이라면서 어쩌면 코미디 소재로 삼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탄핵은 절대로 정략적으로 악용돼서는 안된다. 그렇게 될 경우 그 부작용
    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에게 이러한 `위험한 장
    난`이 펼쳐지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의
    결된다면 그 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송달돼 심판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동
    안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그럴 경우 국정공백과 표류현상이 빚어지게
    될 것이란 점은 자명하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추락하는 대외 신인도는
    또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정상(頂上)간의 외교 공백은 달리 대체할 방법
    이 없지 않은가. 물론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장관이 있어 대통령의 업무를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그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
    이 파면된다면 이 나라는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 아닌가. 한 마디로 헌정사
    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로 인한 일정기간 대통령 유고 현상이 빚어져 국가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참으로 `끔
    찍한 사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야당은 진정 이러한 국가위기가 초래되
    기를 바라는 것인가. 만약 그렇게 됐을 때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나라의 위기상황이야 오든말든 내 알 바 아니다”고 생각하는 `막가
    파`식 의식을 가진 정치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러한 발상을 할 수가 있는
    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처럼 중차대한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이같
    은 `무리수`를 강행하고 있는 야당에게 지지를 보낼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는지 의문이다. 국민들에게 큰 혼란과 고통을 안겨주고 자신에게도 결코
    유리할 것이 없는 `탄핵`이란 `양날의 칼`은 어느 일방의 신체 부위만을 베
    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입힐 것이
    다. 야당은 왜 이러한 `어리석은 장난`을 국민을 볼모로 하여 자행하고 있
    는가. 물론 노 대통령의 잘못도 있다. 그렇지만 예수께서도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지 않았던가. `차떼기`란 말을 유행시킨 대선 불법자금 수
    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더러운 손`으로 누구를 심판하겠다는 것인가.
    목진숙(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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