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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마산만과 소모도

  • 기사입력 : 2004-02-06 00:00:00
  •   
  • / 이종근 (논설위원 겸 기획사업부국장)

    제3공화국 시절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진해에 왔다. `박
    통`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진해 해군사관학교앞 바다에서 유
    유히 낚시를 즐겼다. 낚싯대를 바다에 던진 지 수분도 채 지나지 않아 손끝
    이 파르르 떨리면서 팔꿈치 길이만한 대어가 꼬리를 요동치며 올라왔다. `
    박통`은 파안대소했지만 그가 낚아올린 대어는 사실 그의 솜씨가 아니었
    다. 상관의 지시에 따라 수병이 바다 밑에 몰래 잠수해 고기를 미리 잡아
    낚시바늘에 입물림한 것이었지만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일화이다.

    진해만은 잔잔한 파도와 함께 바닷물이 맑고, 영양염류가 풍부해 어종이
    다양하기로 예부터 소문이 났다. 진해만과 인접한 마산만 역시 그보다 더
    잔잔한 물결이 마치 호수같아 일찍부터 시인들의 시심을 일깨울 정도였다.
    진해만과 마산만은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입구를 병풍처럼 둘러싸 바닷물
    이 특유의 느린 유속을 나타내면서 자정능력이 미약한 공통점을 안고 있
    다. 해수의 이동이 활발하지 못한 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물이 외부로부
    터 오염만 되지않는다면 천혜의 자연환경은 오히려 요새와도 같은 장점인
    셈이다.

    그러나 마산만은 지난 70년대 마산이 개발도시로 부상하면서 급격한 환
    경 변화를 겪고 `죽음의 바다` 신세로 전락됐다. 자유무역지역과 한일합
    섬, 한국철강 등 대단위 공장들이 오염의 주범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이 조사한 마산만의 수질 실태는 한번 오염된 바닷물
    이 정화되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
    다. 근년에 이르도록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이 3급수 범위를 벗어나지 못
    한 채, 광양이나 시화호보다 더한 악성 수질로 말미암아 국내 최하위를 기
    록하고 있다.

    그동안 마산만을 살리자는 캠페인이 시작된지가 25년을 넘었고, 바다로
    유입되는 마산·창원 하수관거의 정비와 함께 바다밑 오니(汚泥) 준설사업
    등도 수시로 벌였다. 그런가하면 덕동 하수종말처리장을 통한 정화처리능력
    을 배가하기 위한 확장공사가 내년이면 완료되는 등 민간 또는 지자체, 정
    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당국이 사업비
    420억여원을 들여 향후 5년간 바다밑 퇴적오니 200만톤을 퍼내기 위한 사업
    계획을 야심차게 내 놓았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해 수질개선에 회의감을 떨
    쳐버리지 못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유는 어디 있을까.

    그것은 바로 진해만과 마산만 사이의 소모도 해저에 축조한 거대한 해군
    특수기지 시설물이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92년, 율곡사업의 일환으
    로 진해 비봉지구와 소모도를 잇는 10만여평의 매립이 착수돼 99년 완공된
    이 사업은 폭 120m에 길이가 1㎞가 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축조
    돼 부근 해류를 차단하고 있다. 사업과정에서 군 당국은 적법한 인허가 절
    차도 밟지않아 경남도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지만 이마저 무시했다.
    그러면 소모도란 과연 어떤 곳인가.

    이 일대 해역에서 물살이 가장 빨라 일명 `돌돌개`로 불리던 곳으로, 낙
    동강 하류의 해수가 이 곳을 거쳐 진해·마산만으로 유입됨으로써 일대 해
    역의 자연정화에 없어서는 안될 요충지이다. 바다에 거대한 구조물이 들어
    서면서부터 수산자원이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어민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
    현재 국가를 상대로 한 3백억원의 보상청구 소송이 진행중이다.

    마산만의 가장 빠른 해수이동을 물리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거대한 이 축
    조물로 인한 피해는 지난 여름, 기상 관측 사상 유례없는 해일을 불러온 원
    인일 수도 있다. 내만에 위치한 마산만의 생태적 환경으로 미뤄볼 때 해저
    의 인위적 장애물에 의한 해일의 역작용이 위력을 더 했을 개연성이 존재하
    기 때문이다. 그러한 개연성은 전문기관의 면밀한 연구와 관찰을 필요로 하
    고, 군사시설에 대한 유보적 절차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
    고 있다. 마산만을 둘러싼 수질개선과 재해방지책이 더 이상 이같은 근본
    물음에 대한 접근 없이는 곤란하다. 해안변에 사람 키보다 3~5배나 높은 방
    재 언덕 설치 계획 등 무모함은 자연의 이치를 짓밟고, 경관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 없음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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