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7일 (화)
전체메뉴

[금요칼럼] [금요 칼럼] 여야 소장파의 허실

  • 기사입력 : 2004-02-27 00:00:00
  •   
  • 지금 정치권은 소장파의 세상이라 불러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
    나 야당의 경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 보듯 소장
    파가 최병렬 대표를 쓰러뜨리는 데는 일단 성공했으나 후속타가 없는 등 왠
    지 주춤거림마저 엿보인다. 이러다간 ‘봄은 정녕 왔지만 봄 같지도 않다
    (春來不似春)’ 같은 푸념이 그들 사이에 일지 않을까 주목된다.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마치 용을 그리다 정작 용안(龍眼)에 들 동자
    (瞳子)는 그려 넣지 못했으니 미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
    다. 사실 용을 그릴 때는 눈동자를 맨 나중에 찍어 넣는 ‘점정’이야말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하다고 한다. 이를 소장파에 비하면 소장파의 몸집은 분
    명 용이나 아쉽게도 눈이 없어 생명력을 잃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점정’이란 리더를 뜻한다. 용이 용다우려면 그 핵심인 눈이 바로 박혀
    야 하듯 하나의 정치세력이 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리더가 필요한 것
    이다. 이런 리더는 곧 대선 주자감으로 당의 얼굴이 될만해야 하는 동시,
    일정한 연령에도 도달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열린우리당·민주당과는 달
    리 한나라당은 소장파 리더가 부재하거나 부족한 것이다.

    주지하듯 최근 한나라당의 내분에서 최 대표의 사의(辭意)를 끌어내는
    등 소장파의 활동은 가히 눈부셨다. 이들 초·재선의원 중 특히 남경필·오
    세훈·원희룡 의원 등을 ‘3인방’이라 일컫거니와, 이들은 한나라당이 기
    존의 틀을 완전히 허문데서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고 있다. 그
    래서 내달 18일로 예정된 ‘제2창당 전당대회’도 실은 ‘신당창당’수준이
    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3인 중 오세훈 의원만 43세로 마흔을 넘겼을 뿐, 나머지 두
    사람은 39세로 마흔도 되지 않았다. 만약 세 사람이 마흔을 모두 넘겨 무
    슨 ‘40대 주자론’같은 것을 펴며 서로 경쟁적 리더십을 갖춘다면 그것은
    3인만의 복이 아니라 당(黨)으로서도 크나큰 행운일 수 있었다. 이와 반대
    로 한나라당 소장파에 오 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리더가 부각되지 않
    는 것은 소장파의 불운일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불운일 수도 있겠다.

    이런 리더 부족 현상은 향후 소장파가 당내 투쟁에서 이기더라도 지금처
    럼 그 과실을 직접 챙기지 못하는 등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본
    다. 소장파가 오는 전당대회와 관련, 새 대표를 당 외부에서 영입하려는 것
    도 자신들의 그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소장파가 이런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독자후보를 내는 등 직접 당권경쟁에 뛰어든다면
    또 한번 국민의 의표를 찌를 것이다.

    민주당 소장파의 활동은 최근에서야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나라
    당 소장파가 보여준 최근의 내부체제 전복 같은 혁명적 발상은 시기상조에
    속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소장파의 리더는 한나라당에 비해 보다 확실
    하며, 그 세력기반이라 할 소장파 그룹도 설훈 의원 등 20명에 이르고 있
    다.

    이들 정점에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있으니 추 위원은 곧 소장파의 리더
    이다. 그런데 당 대표는 아니어서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과는 ‘맞짱’
    을 뜰 형편이 못된다. 이래서 추 위원을 조순형 대표와 같은 반상에 올려
    선거대책위를 이끌게 하는 등 소장파가 당의 전열(前列)에 나서 참신한 기
    풍을 진작하려 했으나 조 대표를 위시한 중진들에 의해 그만 제동이 걸리
    고 말았다.

    민주당이 만약 내부 투쟁에서 이긴다면 그 힘은 한나라당 소장파의 최근
    승리의 의의를 훨씬 뛰어넘지 않을까 한다. 추 위원이라는 확실한 리더가
    있기 때문인데 실은 열린우리당도 민주당의 내분이 어떻게 귀착될지를 한나
    라당의 당권향방보다도 더 마음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추 위원이 정
    의장에 필적하는 가장 위협적인 카드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소장파는 한나라당식 `혁명`도, 민주당식 내분도 없이 평온
    하게 당을 접수 완료한 상황이다. 소장파 출신의 정동영 의장이 당을 이끌
    면서다. 정 의장은 이미 큰 걸음으로 국민 앞에 다가가는 등 사실상 대선행
    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라 정 의장체제가 출범한 이
    후 열린우리당은 국민지지도 1위를 누려오고 있다. 이것으로 볼 때 국민은
    진작부터 그런 리더의 등장을 기대해왔고, 정 의장과 열린우리당은 그런 기
    대심리에 가장 먼저 부응, 일찌감치 정치세력화를 도모하여 성공한 케이스
    라 하겠다. 최근 야당의 내분은 열린우리당의 그런 전철을 밟고자 함이라
    본다. 허도학(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