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8일 (수)
전체메뉴

[금요칼럼] 새 이정표 세운 시민위원회

  • 기사입력 : 2004-01-09 00:00:00
  •   
  • 지난해말, 우리지역에서는 `역사 바로잡기` 차원에서의 의미있는 결정이
    있었다. 한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조두남기념관`·`노산(이은상)문학관` 문
    제를 `마산음악관`·`마산문학관`으로 그 명칭을 변경함과 동시에 용도를
    특정인만이 아닌 전체 작고 원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바꾸었
    다. 조두남의 친일의혹이 상당한 근거를 지니고 있으며, 노산의 독재찬양
    행위가 뚜렷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주지하다시피 당초 마산시는 작고한 위의 두 사람의 업적(예술부문)을 기
    리는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었다. 그러던 중 시민단체
    가 이들의 친일(親日)의혹을 제기하면서 줄곧 기념관 건립을 반대해 왔다.
    건물이 완공된 `조두남기념관`의 경우 준공식을 갖다가 시민단체 지도자로
    부터 마산시장이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밀가루를 뿌
    린 당사자가 구속되는 등 마산시와 시민단체간의 갈등이 빚어졌으며, 이러
    한 과정에서 개관은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마산시는 이 현안을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한 `시민위원회`를 구성, 그 해법을 위원회에게 위임했으며, 여
    러 차례 회의를 거듭한 결과 서두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물론 마산
    시는 이같은 시민위원회의 결정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그 선례를
    찾기 힘든 획기적은 일로서, 마산시민은 물론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다.

    최근들어 각 지자체에서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익 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속셈으로 벌이고 있는 작고 예술인에 대한 기념관 짓기 등 각종 문화사업들
    이 정당한 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하에서 볼 때 이러한
    마산시민위원회의 결정은 그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서, 향후 전국적으로 지
    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비록 예술적 업적을 쌓은 자
    라 할지라도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 자의 경우 결코 그 면죄부를 줄 수가 없
    으며, 그러한 자들을 현양하는 사업을 국민의, 시민의 혈세로 펼쳐서는 절
    대로 안된다는 시민정신의 엄숙한 발로(發露)라고 단언할 수가 있을 것이
    다.

    일부에서는 노산의 경우 친일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없다면서 문학관
    을 세워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줄로 알지만, 친일 의혹을 떠나 그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이르기까지 줄곧 독재권력에 적극 협력한
    문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1960.4.15)를
    통해 3.15의거를 두고 `불합리·불법이 빚어낸 불상사`, `지성을 잃어버린
    데모`, `비정상적인 사태`, `무모한 흥분`, `시위가 확대되면 과오와 과오
    의 연속으로 이적(利敵)의 결과가 되고 말 것`이라 한 말은 그의 왜곡된 민
    주·민족관과 비뚤어진 역사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가 있
    다.

    생각해 보라. 마산이 어떤 곳인가. 독재정권에 감연히 맞선 `3.15의거`·
    `6.10부마항쟁`의 발생지가 아닌가. 피로써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킨 민주
    의 성지(聖地)에다 독재자·독재정권을 찬양·협력한 자를 현양하는 기념관
    (문학관)을 국민의, 시민의 피땀어린 혈세를 쏟아부어 세운다는 것이 될 법
    이나 한 말인가. 이럴 경우 청사(靑史)에 씻지 못할 죄를 짓는 행위가 된다
    는 점을 왜 모르는가. 역사에 죄를 지으면 하늘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프랑스의 경우 독일 나치에게 부역한 자국인들에 대해서는 그 경중을 불
    문하고 매우 엄격한 처벌을 내렸다. 수만명의 목숨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
    진 것을 볼 때 프랑스가 얼마나 철저하게 나치 청산을 했는지 절감하게 된
    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는 `일제잔재 청산`도 `독재 청산`도 하지 못
    했다. 한 마디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제대로 못했으니 민족정기가 올곧
    게 뻗쳐나가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왜곡된 역사의 강 줄기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도 최우선시해야 할 중차대한 사명임을 우리 스스로 깨달아
    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마산시민위원회의 결정은 `민주 마산 시민의 승
    리`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번 일을 출발점으로하여 우리 고장 출신의 우
    국지사인 상해(上海) 임정요인(臨政要人)이었던 `죽헌(竹軒) 이교재(李敎
    載) 선생`과, 3.1독립만세운동 당시 경남 총책을 맡았던 `변상태(卞相泰)
    지사` 등 이 지역의 대표적 애국선열을 현양하는 사업, 예를들어 생가복원
    ·묘역 단장·기념관 건립 등등 일련의 사업을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믿
    는다.
    /목진숙 수석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