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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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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당신이 희망이오"

  • 기사입력 : 2004-01-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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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한 해 우리나라 모습을 우와좌왕(右往左往) 한마디로 요약한 것에
    대해 많은 이가 공감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해가
    저물었으니 국력의 낭비는 오죽했을까 싶다. 우리 사회에서 개혁이 가장 시
    급한 분야로 정치와 언론이 꼽은 것은 우왕좌왕의 정도를 거기에 맞춰 볼
    만하다. 반면 경제지표로 나타난 한 해의 실적은 꽤 호조다.

    산자부가 정초 발표한 지난해 무역수지를 보면 수출이 전년대비 19.6%가
    증가한 1천943억여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무역수지 흑자 또한 155억달러
    를 기록했다고 한다. 세계는 신흥 경제대국으로 브라질과 러시아·인도·중
    국의 머리글자를 따온 「브릭스(BRICs)」를 꼽으면서, 20여년 후에는 중국
    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경제대국으로 올라서고 인도는 일본에 앞선 3위
    로, 브라질과 러시아가 각각 5, 6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그 때 가서 어떤 위치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고용확
    대의 문제는 일자리 창출뿐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생계보장을 위해서도 반
    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통계는 매우 부정적인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
    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절대 빈곤(최저생계비 미달)율은 1996년
    5.5%에서 200년 10.1%로 2배로 늘어났으며, 이것은 30개 OECD 회원국 중 멕
    시코를 제외한 최하위임을 말해 준다. 그 이유는 실업자 증가에 있음은 물
    론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청년 실업률이 전체 수치의 2
    배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줄지어 해외로 공장
    을 이전하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당수 외국기업들조차 과도한 행정규제
    와 차별대우에 못 이겨 보따리를 싸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의 생산성은 자
    본과 노동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미국의 50%, 홍콩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노사관계 국제경쟁력 지수는 조사대상 49개국 가운데 47위로 나타났다. 대
    외 신인도 추락이나 신용카드 사태 등은 시야를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가계빚은 또 어떤가. 가구당 3천100만여원으로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
    다. 휴대폰과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 주력산업에 의한 수출 신장에 고
    무돼서는 안되는 이유가 그것이다. 어둠이 짙은 경제적 측면에다 우리에게
    더욱 혼란을 안겨준 것은 신뢰상실로 대변되는 국정의 난맥과 리더십의 부
    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추어리즘과 무기력한 경제정책, 그리고
    불법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불신으로 말미암아 국민
    이 이토록 상처를 받은 적도 일찌기 없었을 것이다.

    사회와 정치권의 대립과 불신의 가증스러움은 지역에도 여과없이 릴레이
    되는 양상이었다. 지난 연말 있은 김혁규 前도지사의 갑작스런 사퇴는 도민
    들을 우습게 여기고 우롱하는 처사로 비춰졌다. 내년 총선을 탈출구로 여기
    고 있는 정치권의 소집에 의해 세번씩이나 그를 뽑아준 도민들에 등을 돌리
    고 변신을 했던 것이다. 그동안 김 前지사는 도정을 사기업 주무르듯 해왔
    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원하지 않은 중국 산동공단에 도내 기업을 입주시킨
    다며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는가 하면 불투명한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
    를 위해 교통불편과 소음이 극심한 F3를 5년간이나 일방적으로 강행함으로
    써 수많은 민원과 반발을 사기도 했다. 마산을 비롯한 지역경제의 침체도
    도정 수행상의 잘못으로 인한 데에 그 큰 원인이 있다할 것이다.

    그러나 변화도 서서히 감지된다. 4월 총선이 90여일 남았지만 공천보장이
    니, 누가 실세니 하는 말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정치판이 변하
    고 있다는 조짐이 아닌가.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 한민족 특유의 인내력과
    잠재력은 희망의 최대 동인(動因)이며, 미래를 위한 탑승권이다. 세계 2위
    의 평균지능지수(IQ)와, 지고는 못사는 근성 앞엔 나락이 있을 수 없다. 그
    러기 위해선 신뢰 회복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이 희망이
    요, 바로 당신이 희망이다. 이종근(논설위원 겸 기획사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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