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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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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금요 칼럼] 김혁규 전 지사의 도전과 변신

  • 기사입력 : 2003-12-26 00:00:00
  •   

  • 김혁규 전 경남지사에게 있어서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사람들은 궁금히 여
    긴다. 그 많은 욕이나 들어먹자고 한나라당 탈당과 경남지사를 사퇴했을까
    가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김혁규 죽이기’에 혈안이 됐던 한나라당의 기
    세도 한풀 꺾였다. 과연 그의 도전은 적절한 선택일까, 또 한나라당의 그
    런 매몰찼던 대응이 과연 옳은 처방이었을까 하는 것은 각각 숙제로 남는
    다.

    지난해 3월 중순, 지방선거일을 석 달 앞두고 그와 한나라당은 팽팽한 줄
    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당은 거저 그를 재공천하지 않겠다했고, 그는 합의
    재추대를 바랐었다. 옥신각신 끝에 그는 공천을 신청하지만 30분만에 철회
    하고 만다. 이러자 그가 한나라당 탈당과 무소속 또는 신당 출마를 결행하
    는 게 아니냐며 한나라당은 초긴장 상태가 됐다. 결국 이회창 당시 총재의
    창원 방문으로 그의 재공천은 가닥이 잡혔으나 앙금까지야 말끔할 수는 없
    었다.

    한 마디로 그의 가지를 치기엔 너무나 컸었다. 자칫하다간 나무가 뿌리
    째 뒤흔들릴지도 몰랐다. 소위 ‘경남 대통령’이란 말에서 묻어나듯 그와
    경남민심과의 관계는 짐작하던 것 이상으로 가까운 편이었다. 한나라당으로
    선 ‘안방’인 경남에 구들이 내려앉는다면 집이 온전할 수가 없었다. 당연
    히 급한 불을 꺼야 할 사람은 12월 대선에 나올 이 전 총재였다. 이 소동으
    로 이 전 총재나 김 전 지사에게 득이 될리는 만무했다. 그렇다면 이 파동
    의 진원은 무엇일까 하는 게 중요한데 그것은 경남파워게임이 아닐까 한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경남에서 20% 득표율을 올린 것은 경남
    이 그의 출신지란 점도 있겠지만 ‘김혁규 재공천 파동’으로 한나라당이
    자초한 손실도 적잖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러면 이 전 총재의 대선 실
    패는 경남파워게임의 희생일 수도 있다는 전혀 새로운 얘기가 된다. 물론
    이런 가정이 맞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한나라당 경남도지부가 아니다. 그러
    나 그와 도내 의원들에 냉랭한 기류가 흘렀음은 사실이다.

    그는 지난해 ‘공천신청 철회’로 한나라당 탈당 명분을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이번에 혹독한 궁지에 내몰리면서도 왜 지난번 공천파동
    을 언급하지 않았는지가 의문시된다. 어쩌면 그로서도 떳떳하지 못했을 수
    도 있다. 공천신청을 냈으면 끝까지 당내경선으로 가는 게 좋은 모양새였
    다. 좌우간 그가 공천보장을 받아서 신청을 철회했건, 혹은 정말 탈당할 각
    오로 그랬건 간에, 철회시점에서 그는 진로선택이 자유로웠던 게 사실이
    다. 이번 탈당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군자는 현인이 되려하고 현인은 성인이 되려한다. 도전과 희망은 선택하
    는 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의 대선얘기가 나온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
    니다. 하지만 최병렬 대표까지 가세해 국회에서까지 가진 그의 화형식은 가
    히 정신적 테러였다. 박근혜 의원이 “당을 보고 그럴 게 아니라 국민을 보
    라”고 일침을 가한 것은 한나라당이 그렇게 하여 경남단체장들의 연쇄탈당
    을 막는 등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지 모르나 장기적으론 또 하나의 패착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김 전 지사의 도전이 어떤 내용을 가질까 하는데 실은 이 점이
    그 자신부터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 마치 예전에 미국 가서 승부를 겨루자
    는 심정으로 떠났던 것처럼 이번 경우도 일단 지사를 그만두고 보자는 것으
    로 좌우되지 않았을까 한다. 민선 3선의 도백으로 더 이상 오를 고지도 없
    다. 그래서 장(場)을 바꿔 ‘경남이란 지분에다 잘해서 경북까지를 보태 영
    남정서를 등에 업고 신당에서 한번 겨눠보자’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공천파동과 이번 탈당파동의 차이점은 무얼까. 전자는 중앙(이회
    창)이 나서서 도당을 말렸다면 후자는 중앙(최병렬)이 도당과 합세해 극렬
    히 ‘타도 김혁규’를 외친 점이다. 이제 그는 그의 생애 처음으로 중앙정
    치인으로 탈바꿈했다. 그의 풍부한 아이디어는 65세라는 나이도 퍽 줄여준
    다. 그가 내세웠던 ‘2만 달러 경남’이 그렇게 한국의 비전으로 제시될 지
    의 여부에 관심을 불러 모은다. 기왕 나섰으면 아주 기초부터, 야전에서 싸
    워나가는 게 그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싶다. 허도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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