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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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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십시일반(十匙一飯)

  • 기사입력 : 2003-12-12 00:00:00
  •   

  • 벽에 걸린 달력이 한해의 마지막을 재촉하고 있다. 이때쯤이면 몰아 닥치
    는 매서운 한파는 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와 어우려져 더욱 우리의 몸과 마
    음을 움추려들게 한다. 특히 올 연말에 느껴지는 썰렁함의 정도는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더욱 차디차다. 이를 반증하듯 한겨울의
    한파가 닥쳐오고 있지만 불우이웃을 향한 우리의 마음은 열리지 않아 안타
    까움을 더해주고 있는 오늘이다.

    세밑을 맞아 이웃의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더욱 간절한 사람들이 있다.
    썰렁한 날씨에 끼니를 굶고 있는 소년 소녀가장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 것
    이고 고아원의 어린이와 양로원에 의탁하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처지
    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관련자료에 따르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및 장애
    인 등 우리 사회의 불우이웃수는 전국적으로 90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
    혀지고 있다.

    여기에 기초생활보상수혜자를 비롯해 집을 잃은채 길거리를 떠돌아 다니
    는 신용불량자 등을 감안한다면 100만명은 훨신 웃돈다는 분석이다. 게다
    가 지난 9월 태풍 매미로 수마가 휩쓸고 간 잔해속에서 겨울나기를 걱정하
    는 수재민에게도 우리 사회의 관심이 모아져야 할 처지이다.

    이에따라 연말을 맞아 십시일반의 이웃돕기 운동이 활발히 일고 있다. 이
    미 社告에서 밝힌바와 같이 본사가 한해를 보내는 세모를 맞아 연말이웃돕
    기 성금을 모금하는 것을 비롯하여 연말 이웃돕기 성금 모금운동은 전 사회
    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위해 작은 정성을 모으는데 국민 모
    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사회의 공동체의식을 발휘하여 성의껏 모금에 참
    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들이 성의껏 내는 성금이 어려운 이웃을 돕
    고 사회복지시설 운영에 보람있게 쓰여짐은 물론이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한데 모아져 어려운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우리의 보람 또
    한 클 것이다. 다함께 십시일반의 이웃애를 발휘할 때다.

    그런데도 이웃을 향한 사랑의 손길이 꽁꽁 얼어붙은채 열리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98년 시행된 국제통화기금관리체제 이후 우리 주변의 불우
    한 이웃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들이 해가 갈수록 실종되어 왔는데 올
    해에도 따뜻한 이웃의 손길이 되살아 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월말
    현재 예년에 하루 평균 10여통 이상이었던 결연문의 전화가 최근에 하루 3-
    5통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한국복지재단 경남지부의 근황에서 이의
    현주소를 가늠케 하고 있다.

    이처럼 이웃을 돕는 따뜻한 손길이 예년같지 못한 것은 우리가 겪고 있
    는 미증유의 경기침체에서 빚어지고 있는 사회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
    로운 사람을 돌보는 손길이 이처럼 줄어던 것은 경기침체 탓만은 아닐 것이
    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증폭에다 오늘의 불경기로 인한 고통을 핑게삼아 불우한 이
    웃에게 애써 몰인정해지러 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
    다.

    십시일반의 우리 고유 전통의식 회복이 절실히 요구되어지고 있다. 계조
    직을 비롯하여 마을의 공동일을 온 부락민이 헤쳐나갔던 두레 등 함께 힘
    을 모아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형태의 모임은 먼 옛날 씨족사회부터 존재해
    왔던 우리의 고유한 미풍양속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이웃과 더불어 협동과 협력의 정신으로 이를 헤쳐나가겠다는 공동체의식
    의 발현이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불우이웃을 보살펴 훈훈한 이웃애를
    실현하는 사람들의 미담이 공동체의식을일깨워 사회의 활력원이 되고 있음
    이다. 그들의 헌신적인 이웃사랑이 공동체의식 회복으로 발돋음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이
    는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고통을 함께 느끼고 해결해 나갈때 우리 사회
    는 더욱 활력 있는 집단으로 발돋음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연말연
    시를 맞아 우리 곁의 불우한 이웃들에게 십시일반의 따뜻한 이웃애의 손길
    로 올 겨울 한파를 녹여보자. 나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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