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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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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금요 칼럼] 고영진 당선자에게

  • 기사입력 : 2003-12-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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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3대 경남교육감 선거 결선투표에서 고영진 후보가 당선됐다. 먼저 고
    당선자에게 축하의 뜻을 표하면서 경남교육의 수장을 맡아 향후 4년간 교육
    계를 이끌어갈 그에게 다음의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선거로 인해 분열된 경남교육의 통합을 위해 힘써 달라는 것이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자들 상호간 흑색비방이 난무했었다. 이것은 곧 그만큼
    선거가 치열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현
    ·전직 교육자와 학부모들이 각기 자신의 지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노
    력하는 과정에서 지지를 달리하는 상대방들과 언쟁·반목상을 보여 심한 갈
    등을 노출, 서로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는 점이다. 이것은 참으로 심
    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깊이 팬 갈등의 골을 메우지 않고서는 경남교육이 온당하게 자리
    잡기 힘들다. 그러므로 고 당선자는 먼저 낙선자들과 비판세력들에게 화해
    의 뜻을 표해야 한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실성이 담긴 언행으로 이들
    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참교육 실천 대열에 다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
    록 힘써 달라는 뜻이다.

    둘째, 선거공로자나 지지자들이 중요보직을 독점하는, 소위 엽관주의적
    자리 나누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인사가 곧 만사로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자료에 의거, 유능한 인재
    를 적재적소에 공정하게 배치한다면 불평의 목소리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
    고 믿는다.

    이 점과 관련해 고 당선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공행상식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확고히 밝힌 만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때론 합당
    한 자격을 갖춘 외부 인물 영입을 추진하는 등 개혁적 인사도 있어야 한
    다. 법에 허용된 제도하에서 외부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정체된 교육계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 본다.

    셋째,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심혈을 쏟아달라는 점이다. 오늘의 한국교육
    은 `교실붕괴` `교단위기`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 만큼 일대 위험수위에 다
    다랐다고들 한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비판적
    목소리라 할 것이다. 사실 중·고교생 가운데 사설학원에서 보충강의을 수
    강하지 않는 학생들은 거의 없지 않은가. 이것은 학교수업만으로는 수능시
    험에서 소기의 성적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학부모들로선 생활비를 줄여서
    라도 사교육비를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시대의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공교육 위기의 책임이 교사나 교육당국에게만 있다고는 볼 수 없
    다. 과열과외를 맹목적으로 추종케 하거나 부추기는 사회적 풍토에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렇지만 교사들의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선진 교육
    환경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교육기관 자체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 않겠는
    가. 동시에 학력 못지 않게 소중한 인성교육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방안을
    모색해 주었으면 한다.

    끝으로 교육개혁에 앞장서 달라는 점을 주문하고자 한다. 정체된 물은 썩
    기 마련이다. 모든 반(膚)교육적 부조리와 부정·부패를 그대로 두고서는
    기대하는 바의 교육 성과나 목표를 달성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제반 부정적
    행태를 교육계에서 완전히 추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
    다. 예를 들면 교육자와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 저명인사들이 참여하는 `
    경남교육개혁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교육감이 적합한 인물을 위원으로 위
    촉해 운영하는 것도 그 한 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경남교육감이란 직위는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자리가 아니라 진실로 참교
    육을 수행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책임을 한시도 잊지 말 것을 고 당선자에
    게 당부한다. 교육정책이나 중요 의사결정을 할 때에는 정의와 도덕과 양심
    의 거울에 비추어 부끄럼이 없어야 하며, 역사에 반하는 결정을 해서는 절
    대로 안될 것이다.

    우리의 2세들이 차가운 머리(이성)만 있고 따뜻한 가슴(감성)이 없는 무
    미건조한 인간형으로 성장하지 않도록 하면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올바른 자
    질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어 주기 바란다. 초
    심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 귀를 열어 진지하게 경청하고 신중하게 처신하
    는 경남교육의 수장이 되기를 고 당선자에게 당부한다.
    목진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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