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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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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력난 허덕이는 중소기업

  • 기사입력 : 2003-11-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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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계들고 추방 외국인 따라가고 싶은 심정"
    일손없어 납기일 초과...녹슨 자재 쌓인 일감 한숨만
    수천만원짜리 기계 절반 멈춰
    두달째 구인광고..."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일할 사람이 없어 공장마저 외국으로 다 떠나면 나중엔 우리 나라 사람
    이 외국 가서 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죠』.

    창원시 소계동 덕우정밀 성환우 대표(43)가 24일 일손은 없고 일감만 쌓
    여 있는 자신의 공장에서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공작기계나 산업기계 등의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 공장은 하반기 매출
    이 상반기의 60% 밖에 되지 않는다. 인력 부족으로 물량을 다 만들 수도 없
    고 납기일 지키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장에는 1억원이 넘고 적어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계 7대 중 3대는 아
    예 멈춰선 상태이다.

    불법외국인체류자 강제출국조치 이후 3명 중 2명이 일을 할 수 없게 되
    자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그간 말과 일에서 숙련된 2명의 외국인노동자
    가 사라진 이후 새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다.

    성 대표는 『두달째 모집 공고를 내고 있으나 한번씩 전화가 올 뿐 사람
    이 구해지지 않는다』며 『다른 업체도 사정은 다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마띠유스(24)씨를 합법적으로 고
    용하기 위해 대사관과 출입국사무소를 몇번이나 왔다갔다했는지 모를 지경
    이라고 털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업장 한쪽에는 20일째 작업에도 못들어가 녹이 빨
    갛게 쓴 자재가 고스란히 통에 담겨져 있기도 했고, 구석에는 제품생산이
    안돼 계약자체가 무산된 자재가 쌓여 있다.

    성 대표는 『납품기일과 필요에 따라 이 작업 저 작업 계획없이 하기도
    해 하나의 부품을 납품하는 데 두달이 걸린 적도 있다』며 『처음 만든 부
    품은 녹이 쓸어 빨갛고, 갓 만든 것은 반짝반짝한 경우도 있었다』고 고충
    을 털어놓았다.

    기자가 찾아간 이날도 인력이 모자라 최근 납기일을 못맞출 것 같아 다
    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친인척의 친구를 조퇴시켜서 기계를 돌리고 있었
    고, 지난 주말에는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겨우 구해 쓰기도 했다.

    그는 『이게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직원에게 「네가 인도네시아 갈 때
    내가 기계를 들고 너희 나라 따라가겠다」고 할 정도』라고 어려움을 호소
    했다. 권경훈기자 hoon519@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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