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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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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금요 칼럼] `자살` 막아야 한다

  • 기사입력 : 2003-08-08 00:00:00
  •   

  • 하루도 빠짐없이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같으면 뉴스 보기 겁
    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지난 4일 일어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
    신 자살은 비자금 사건과 금강산 관광·개성산업단지 조성 등 대북경협사업
    의 중심에 서 있던 주체가 유고됐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엄청난 충격과 파장
    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은 고교생 아들의 죽음을 애통해하
    던 아버지가 목매 자살했는가하면, 아들의 카드빚을 청산한 뒤 스스로 숨
    진 아버지도 있었다. 생활의 어려움을 겪던 한 주부가 어린 자녀들을 먼저
    죽이고 자신도 고층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한 달 사이, 도내에서만도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이 10
    여건이나 생겨났다. 수사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에서 하루 평균
    35건의 자살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올해의 자살률은 작년보
    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 추정된다.

    최근의 자살사건들을 분석해 보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 전
    반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이 확인된다. 유행병처럼 나라 곳곳에서 생겨나는
    자살은 대단히 심각한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서,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
    서 그 예방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개인적 사건으
    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버릴 경우 이러한 `
    자살 신드롬`은 걷잡을 수 없이 우리 사회를 휩쓸게 될 지 누가 알겠는가.
    따라서 약자 계층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튼실한 사회적 장치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아무런 이유없이 죽음의 길을 택할 까닭이 없
    듯이, 보기에는 우발적인 자살사건 같아도 그 속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
    는 필연적인 원인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불행한 남의 일`이라고만 가볍게
    생각하면 자살의 동기를 찾기 힘들다. 자살자들에 대한 연민과 진정한 이해
    심를 가진다면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
    보다도 훨씬 고단한 생활고를 겪었던 지난날에도 오늘날처럼 이렇게 자살자
    가 많지는 않았다.

    그때엔 비록 먹고 살기 힘들었지만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인간애가 넘쳐
    나던 시대였다. 작은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누고 어려운 이웃들의 사연을 들
    으면 내 자신의 일처럼 가슴 아파하면서 감싸안았다. 한 마디로 고난을 함
    께 나누면서 그 힘든 역경을 헤쳐나갔던 것이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을지
    라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던 지난날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과거에 비해 비록 물질적인 풍요는 누릴지는
    몰라도 정신적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병폐인 폐
    쇄적 개인주의가 자살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극도의 경쟁
    심을 부추기는 사회생활 자체가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하루하
    루가 총성 없는 삶의 전쟁이요, 긴장의 연속인 셈이다. 이러니 서로간의 따
    뜻한 대화가 어찌 오고갈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인간성이 극도로 황페화됨으로써 어느 한 곳이라도 정신적 휴
    식처를 찾기 힘들다. 자신의 고민거리는 오직 자기혼자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심지어 피붙이조차도 형제자매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하기
    일쑤다. 이러니 어디에 가서 하소연할 곳이 있겠는가. 극도의 외로움에 처
    한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선택할 길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더이상 자살을 방관해서는 안된다. 실업률과 자살률은 정비례한다
    고들 하지않던가.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특단의 대책, 즉 국가적 차원에서
    의 일자리 창출이 긴요하다. 생활보호대상자 수를 늘리고 생계비지원액 또
    한 대폭 증액해야 하며, 이들의 의료·교육비도 현실적으로 도움되는 선에
    서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개인·물질주의로 인해 무너져내린 사회공동체
    를 믿음과 이해로 새롭게 다져나가야 하며, 재기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종합적인 사회안전망을 굳건히 구축해 나가야 한다.

    또한 남의 고민을 내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다함께 그 해결책을 모색하
    는 따뜻한 인간애,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큰 용기를 줄 수 있는 혈족들의 도
    움이 절실이 필요하다. 인간이란 개체는 홀로 내던져진 외로운 존재가 아니
    라 더불어 살아가는 소중한 사회적 인격체란 점, 특히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서, 그 어떠한 경우에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
    위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명존중 의식을 일깨워 나가는 것이 중요
    하다. 목진숙(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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