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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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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금요 칼럼] 마수조차 힘들다

  • 기사입력 : 2003-07-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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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 장사가 안된다고 한다. 식당은 식당대로, 술집은 술집대로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그동안 오던 손님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니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치 않다보니 밖에서 사람을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는 일을 줄이
    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도 차이는 있다. 날씨로 표현하자면 마산의 경우
    아주 흐림이고, 창원이나 김해는 흐림이고, 대진고속도로와 연륙교 개통으
    로 외지인이 많이 찾는 진주·삼천포 등 서부 경남쪽은 약간 흐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디를 가도 쾌청한 데는 없다.

    마산의 경우 창동·오동동 상권이 크게 위축돼 문 닫을 때까지 마수조차
    못하는 가게도 있다는 것. 이러니 건물주도 월세 받기 어려워 한집 건너 한
    집 꼴로 건물을 팔려고 내놓고 있을 정도이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체 사장
    들도 적자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값싼 중국산 등 수입품에 밀려 물건
    을 만들어도 갈수록 팔아먹기 힘들 지경이다.

    우리의 인건비가 예전과 다르고, 노동력을 구하기 어려워 원가 상승을 부
    채질한 측면도 크다. 전에는 제대로 된 납품처 한 곳만 있어도 먹고 살만
    했다. 지금은 전혀 딴 판이다. 납품단가가 겨우 운영비를 지탱할 정도이거
    나 이에도 못미쳐 납품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원청업체 자체
    가 수지를 못맞추다보니 하청 단가를 자꾸 내리기 때문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6.3%. 올해는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5%에 그칠 전망이다. 체감 경기의 급격한 하락은 전문가만 느끼는 게 아
    니다. 문제는 내년부터이다. 아마 지금보다 더 힘들 것 같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많은 선진국들이 그러했듯 일찌감치 저성장세로 전락하는 게 아
    니냐는 일부 비관론에 자꾸 귀가 쏠린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의 한국
    병`이 그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우리 경제가 몰락할 수 없다는 낙관론도 엄연히 존재
    한다. 비교우위에 있는 IT 분야의 성장 지속으로 전체적인 경제 전망은 성
    장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거기에다 남북 교류 협력사업이 진전될수
    록 우리 경제는 엄청난 플러스 요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우리의 전통 산업인 제조업과 소비산업 부문은 경쟁력을 잃
    어 서민 생계를 위협할 건 뻔하다. 신용카드 사용의 생활화는 세수 확보와
    정부 재정 수지에 큰 도움이 돼 나라살림을 운영하는데는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 가끔 우리 경제의 향후 전망에 대한 물음을 듣는다. 그럴 때 필자
    는 지난 80년대말 노사분규로 폐업직전까지 몰렸던 거제 대우조선 현장에
    서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을 만나 나눈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나라경제를 결딴낸 경제범법자로 낙인 찍혀 나라 밖으로 겉도는
    신세가 됐지만 당시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책을 낼 정도로 세
    계에서 가장 바쁜 경제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구촌을 누비던 김 회장이었
    다. 그 때 김씨는 “우리나라는 빨리 망해야 돼요. 그래야 다시 일어설 수
    있죠.” 재계의 손꼽히는 실력자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
    다.

    실망이 컸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수긍이 갔다. 그것은 노사분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임금 구조가 심한 불균형에 빠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계한 말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훨씬 더 지난 지금 형세는 어떤가. 기업은 수지가 안 맞
    아 발버둥치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느라 부산을 떨고, 제조업체와 건설 현
    장에는 값싼 노임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리 해도 문닫는 업체는 늘고 있다.

    마산의 해안도로를 지나다 보면 입맛이 쓰다. 도로 양편에 화려한 외벽
    치장을 한 모텔이 언제부터인가 줄지어 들어섰기 때문이다. 될 만한 장사
    가 없다보니 돈이 그런 데로 몰리고 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본사가
    서울인 대형 전자상가의 입점 러시도 그리 달갑잖다. 매출금과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서울 본사로 송금함으로써 재래상권은 더욱 쪼그라들고 지역경제
    는 고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더러 간혹 `선진국`이란 소리도 한다. 그 말이 립서비스
    인지, 아니면 선진국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에서 선진국 행세를 하는 우리
    의 허세를 비꼬는 뜻인지 잘 생각해 봐야한다. 그것도 모른다면 우리는 자
    신의 실체를 영영 깨닫지 못하고 환상의 세계를 맴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불행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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