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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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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통령이 바로서야 한다

  • 기사입력 : 2003-05-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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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武鉉 대통령이 그저께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노건평
    씨의 재산 의혹과 노 대통령 관련설에 대한 직접 해명기회를 가졌다. 그렇
    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잖아도 수출이 줄어들고 내수
    시장이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가 난무하는 등 전반적
    인 경제상황에 적신호가 감지되고 있으며, `북핵·남북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등 국가적 과제가 산적돼 있는 지금이다. 그런데 설상
    가상(雪上加霜)으로 `재산의혹 문제`가 터져 나왔으니 노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제반 문제가 노출되는 데에는 까닭이 있게 마련이다. 그 첫째는 언론과
    의 갈등관계를 들 수 있다. 현 집권층 인사들은 언론과는 건전한 긴장관계
    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필요이상으로 `적대
    시`해서는 안된다. 정치를 해 오는 과정에서 특정 언론에게 피해를 당했다
    고 생각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자연 갈등관계가 조성된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날, 집권 초기에는 우호적 시각을 갖고 도와주던 언론이 아니었던
    가. 그런데도 지금은 도움은 커녕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형국이다. 권
    력은 유한해도 언론은 무한한 것이며, 언론은 힘으로 누를수록 더욱 강하
    게 튀어오르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언론에 굴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화해해
    야 한다는 점을 충고하고 싶다. 언론 또한 선정적인 보도, 지나친 의혹 제
    기를 지양하고 국익을 우선하는 보도자세를 견지해 주었으면 한다.

    둘째,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물 배치가 부족했다. 그와 코드 맞는 사람
    들을 선호하는 바람에 능력과 경험있는 자보다는 정서가 통하는 사람들이
    대거 등용됐다. 그 결과 사건 발생 때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대통
    령이 나서야 하는 등 문제를 더욱 확대시킨 감이 없지 않다. 어느 나라의
    관계 장관이 특정이해집단 사람들과 함께 시위한 적이 있었던가.

    각료들이 하나의 문제를 두고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거나, 이익단체들의
    눈치만 살핀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가 있겠는가. 한 마디로 몸
    을 던져 사태를 해결하거나 책임지려는 각료와 참모가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제 그를 지지해준 집단과 계층인들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전 분야의 많
    은 사람들을 그 대상으로하여 인재를 고루 등용해 난국을 극복해 나가야 한
    다. 필요하다면 야당에서도 인물을 찾아야 하며, 당사자가 고사할 때에는 `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초빙해 와야 한다.

    셋째, 대통령 자신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이 문제를 키웠다. 시간과 장소
    에 따라 달리 말함으로써 스스로 모순에 빠졌으며, 이것으로 인해 혼선이
    빚어졌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인간적 고백이 이해를
    얻기는 커녕 국가 원수로서 할 말이 아니란 비판만 불러왔다. 그렇다. 대통
    령은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그의 양 어깨에 이 나
    라 명운이 짐지워져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만 잘못 전해져도 엄청난 사회
    적 파장을 초래하는 것이 대통령의 말이다. 그러므로 노 대통령은 향후 더
    욱더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누군가는 지금의 각종 문제 발생을 두고 집권초기에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했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같은 현상
    은 짧을수록 좋다는 점이다. 이전의 `권위적 대통령` 모습에서 벗어나 지금
    의 노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반권위적이며 서민
    적이다. 지금 노 대통령이 처한 어려움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으며, 하루빨
    리 의연히 떨치고 일어서서 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를 희
    망한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이란 지상과제를 수행해 나가려면 대통령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더이상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국민의 중
    심에 우뚝 서야 한다. 한나라당도 언론도 이제 지나친 의혹 제기나 과도한
    폭로로 `대통령 흔들기`를 계속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국가와 국민, 여야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 `실패한 대통령`의 그 절반에 대한 책임은 어
    쩌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盧武鉉 대통령이 지금의 시련
    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국민과 더불어 그 영광을 함께 하는 `성공한 대통
    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목진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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