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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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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 기사입력 : 2003-01-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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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에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에게 먼저 축하의 뜻을
    표하면서, 그와 함께 21세기를 열어나갈 것을 선택한 국민의 뜻에 어긋나
    지 않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는 수많
    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노 당선자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행해야할 조건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지만 이
    가운데 다음의 몇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초심을 끝까지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취임 초기에는 거창한 포부를 밝히면서 처음 먹은 마음이 임기를 마
    감하는 그날까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지만 그 결과는 그러하지 못했
    다. 결국 이것이 불행한 대통령의 길로 치닫는 원인이 됐던 것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아쉽게도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는 단 한 사람
    의 전임 대통령을 갖지 못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선거때 도움받은 공로자들로부터 발목잡혀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
    하고자 한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과 보좌진들을 비
    롯한 많은 사람들이 있다. 특히 ‘노사모’의 헌신적인 노력은 그를 당선시
    키는데 있어서 소중한 밑거름이 됐을 것이란 점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바
    다. 그렇지만 그를 지지한 사람들은 그가 당선된 것 자체만으로 만족해야
    만 한다. 노 당선자는 그를 지지했거나 하지 않았거나를 불문하고 국민 모
    두를 대표한 이 나라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그러므
    로 노 당선자는 도움받은 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기억하되 자리나 물질로 보
    상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셋째,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척결해 주기 바란다. 여지껏 우리나라는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정경(政經)유착’과
    ‘관경(官經)유착’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먹이사슬식 부
    패고리를 단절하려면 돈드는 정치를 청산하고 관(官)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긴요할 것이라고 본다. 한 가지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은, 대통령 가족을 비롯한 친인척들의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는 점이다. 이들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집요한 로비
    를 받게 된다. 역대 대통령 가족이나 친인척들이 저지른 폐해는 일일이 열
    거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벌써부터 노 당선자의 김해 진영 고향집에 살고 있
    는 형을 만나려하던 사람들이 면담을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넷째, 인재 탕평책(蕩平策)을 시행해 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국가적인 중
    책을 맡김에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할 점은 능력과 인품이라고 본다.
    이 두 요소를 두루 갖춘 자라고 한다면 비록 야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거
    나, 과거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일지라도 과감하게 중용할 필요가 있다. 우
    려되는 것은 대선공로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자리 나누기, 즉 엽관(獵官)적
    행태가 발생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노 당선자는 이 점을 특히 유념해 주
    었으면 한다. 강을 건널 때에는 뗏목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들판을 달릴 때
    에는 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서민의 한숨과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기를 당부한다. 갈수
    록 빈익빈(貧益貧) 부익부(富益富)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민들의 삶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부(富)가 특정 부유층에 몰리는 것은 계
    층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부의 재분배가 절실한 과
    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불합리한 조세제도를 바로잡고 복지예산을 대
    폭 늘리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들의 가슴속에 희망의 싹
    이 자라날 수가 있다.

    이밖에도 위에서 열거한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
    개혁이다. 그리고 남북문제, 대미(對美)·대중(對中)·대일(對日) 관계 재
    정립 등 외교를 통한 국위 선양이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이것들은 우리
    의 신장된 국력이 밑바탕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모든 것을 달성하
    기 위해서는 국론통일과 국민통합이 절체절명(絶體絶命)의 명제다. “나는
    국민에게 빚을 졌을 뿐 그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다”고 한 노 당선자의
    말을 기억한다. 그리고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말도 기억한다.
    ‘성공한 이 나라 대통령 제1호’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진심으로 노 당선자
    에게 바란다. /목진숙(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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