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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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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산업 공동화’ 우려된다

  • 기사입력 : 2002-1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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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인력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
    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며, 근로환경이 열악
    하거나 힘든 노동력이 요구되는 속칭 3D업체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야단
    이다. 그러다보니 산업연수생이란 이름의 해외인력을 수입해 쓰고 있는 형
    편이다. 고학력자들은 산업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넥타
    이 매고 근무하는 사무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고학력 실업자들이 많은 나라도 없을 것이다. 웬만하
    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대다수 고등학교가 인문계이고 실업계는 찾아보
    기 힘들다. 생산현장에서는 공업계열 고교 출신의 근로자들이 대거 필요한
    데 실업계 진학생들이 드물다보니 원하는 인력을 구하기란 가히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산업 제(諸)분야의 최일선에
    서 일할 전문인력들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나 양성되는 사람 수는 턱없이
    부족해 언제나 인력부족현상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초래되는 까닭은 고학력을 선호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이기
    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적절한 인력 양성 및 수급에 대한 정책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이 사회 최일선에서 일할 필
    수 인력은 한 마디로 이 나라를 지탱해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힘이다. 이
    계층이 튼실해야만 나라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
    히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젊은 산업역군들이다.

    그런데 힘든 일은 기피하고 쉬운 일만 골라서 하려하는 사람들로 넘쳐나
    는 오늘날의 사회현상이야말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력 불균
    형 현상을 이대로 두고서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지금 우리 주위를 한번 돌아보면 일할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산업시
    설을 아예 중국이나 베트남 등 외국으로 옮겨가는 회사들이 부지기수임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
    대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손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해외이전의 근본적
    인 이유라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들도 계열사를 속속 외국으로 이
    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더이상 수수방관(袖手傍觀)해서는 안된다. 글로벌
    시대인 오늘날, 기업체들은 최적의 기업환경을 찾아 각국으로 이전하는 것
    이 일반화 돼 있지만 그렇다고하여 대다수의 기업들이 나가버리면 국내 산
    업은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장차 우리들은 무엇
    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가 있겠는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것에 대한 주도면밀
    한 대책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도저히 수지타
    산을 맞출 수 없는 경우에는 해외이전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되도록 국내에서 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차원의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할 줄로 안다.

    그리고 외국업체 국내 유치활동을 적극 펼쳐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그러
    기 위해서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투자환경을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조건이 열악하기로 소문나 있
    다. 말로는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서도 실제로는 갖가지 행정규제를 시행한
    다면 어느 기업이 우리나라에 입주하려 하겠는가. 분명히 말하건대 불필요
    한 일체의 규제조항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유인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통령 선거유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각 후보들은 향후 우리의
    산업구조 개편과 인력수급 방안에 대한 자신의 정책 내지 공약을 분명히 밝
    혀 주었으면 한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
    해 오고 있다. 이들은 가격경쟁력 우위란 무기로써 해외시장에서 우리 상품
    들을 몰아내고 있다. 사실 세계 각국 상품들과 비교할 때 확고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의 제품은 몇몇가지에 불과하다. 이것조차 언제 추월당할지
    모를 일이다.

    이것저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무엇을 하여 호구지책(糊口之策)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참으로 걱정된다. 대선 후보들은 적어도 이러한 위기
    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책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상대방 후
    보 약점이나 공격하려는 비열한 네거티브 전략을 청산하고 국민에게 미래
    에 대한 희망의 청사진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산업공동화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비전임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목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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